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그저 마운드에 올랐을 뿐인데 야유를 받았다. 올스타전에서 보기 드문 상황. 그럼에도 꿋꿋이 투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떠나는 레전드 선배를 향해 '최고의 예우'를 했다.
LG 마무리투수 고우석(24)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에서 연장 10회말 나눔 올스타의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승부치기로 치러진 연장전. 드림 올스타는 더이상 가용할 투수가 없어 포수 김민식을 마운드에 올리는 궁여지책을 내놨다. 정은원의 3점홈런으로 6-3 리드를 잡은 나눔 올스타는 10회말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고 그러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특히 드림 올스타의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은 벤치를 박차고 나와 항의하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형평성(?)에 맞게 야수를 투수로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귀여운 항의였다. 나눔 올스타의 덕아웃에서는 "고우석이 야구하면서 처음으로 야유를 받은 것 아니냐"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승부치기 규칙에 따라 고우석도 주자 2명을 두고 투구를 해야 했다. 마침 1아웃에 만난 타자는 이대호. 올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예고한 이대호는 생애 마지막 올스타전에 나섰고 팬들은 이대호의 이름을 연호하며
초구 155km 높은 직구로 헛스윙을 이끌어낸 고우석은 2구 역시 154km 직구로 파울을 유도했다. 그리고 위닝샷이었다. 고우석은 156km 바깥쪽 직구로 이대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대호는 덕아웃으로 들어가면서 고우석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그러자 고우석도 모자를 벗고 이대호에게 예의를 갖췄다.
사실 이대호에게 전력투구를 한 자체 만으로도 이미 예우를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대호는 더 고마웠을 것이다. 그가 '따봉'을 외친 이유다.
고우석은 이어 황재균을 좌익수 뜬공 아웃으로 처리하고 나눔 올스타의 6-3 승리를 확인했다. 이대호에게 156km 직구로 최고의 예우를 하면서 승부치기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실점하지 않은 고우석은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그에겐 분명 수상의 자격이 있었다.
[나눔 올스타 고우석이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에서 우수 투수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 KBO 올스타전은 드림 올스타(kt, 두산, 삼성, SSG, 롯데)와 나눔 올스타(LG, 키움, NC, KIA, 한화)로 나뉘어 펼쳐쳤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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