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인하대 성폭행 사망, 우리 모두 공범”…신주호 “이건 또 무슨 궤변인가”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하대학교 재학생 성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감싸기 바쁜 정치인들,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도 폐지해야 한다는 대통령, 성착취물을 수십만 건이나 유통한 중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법원, 모두 이 사건의 공범"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주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박지현씨는 음주운전 범죄의 공범인가. 이건 또 무슨 궤변인지 모르겠다"면서 "대체 왜 성폭행 피해자를 정치적 논리를 위해 이용하는지 모르겠다. 누가 성별 갈라치기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인가"라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지현 전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학교에서 대학생이 남성 동급생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추락해서 사망하는 일이 터졌다"며 "학문과 지성이 넘쳐야 할 대학교 안에서 발생한 상상조차 하기 힘든 비극"이라며 인하대 여대성 성폭행 사망사건을 거론했다.

박 전 위원장은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가해자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도대체 대한민국에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 공동체가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회적 합의는 하고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범은 또 있다. 언론이다. 누가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는가 경쟁이라도 하듯, 선정적인 단어들을 남발하고 있다"며 "피해자는 '여대생'으로, 가해자를 '동급생'으로 표현한 것도 문제다.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이다. 피해자가 오롯이 '피해자'가 아닌 '여대생'으로 호명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보도 행태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실제 이런 보도를 본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피해자에 대한 모욕과 혐오 발언을 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인권이나 보도윤리는 모두 팽개친 보도를 멈추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 위원장은 "이렇게 반복되는 참담한 비극을 막으려면 입법부는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사법부는 가장 엄중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죽음은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사회적 죽음이다. 정치인과 대통령과 판사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리고 언론이 선정적인 보도로 뉴스장사나 하려는 잘못된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에 대해 신주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그토록 국민의힘을 향해 갈라치기 정당이라고 비난했지만, 공적 담론장에서 관련 발언을 제일 많이 하며 언론의 집중을 받고 표를 결집하려는 시도는 좌파 정당에서 이루어지지 않나"라며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니. 이건 그냥 개인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신 대변인은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박지현씨를 정계에 입문시켜 비대위원장까지 맡게 해준 이재명 의원의 전과는 민주당 구성원 모두의 책임인가"라며 "살인죄에 버금가는 음주운전범과 공범인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구할 자격이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지현씨 말대로라면, 본인은 음주운전 범죄의 공범인데 대체 왜 비대위원장을 수락했고 출마 자격도 없으면서 당 대표에 출마하려 하시나"라며 "궤변을 넘어 몰염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한심하기 그지없다. 개인의 문제인지, 제도의 문제인지 등 간단한 것들도 분간 못하는 안목을 갖고 원내 1당의 당수가 되려 하시니까 반발이 많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인을 되돌아보고 억지를 피울 시간에 더 공부하고 성찰하시길 바란다"며 "마지막으로 제 모교에서 이런 비극이 벌어져 매우 가슴 아프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범죄자를 향한 엄벌이 따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젠더갈등의 해결책은 '극단의 배제'다.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일반화의 오류는 물론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화의 오류를 모두 배제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가부장제 과도기에서 의무가 충분히 경감되지 않은 남성과, 권리가 충분히 신장되지 못한 여성의 불안과 불편을 아우르고 각각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무슨 사건만 터지면 기다렸다는 듯 '범인 찾기'에 급급한 극단이야말로 갈등을 먹고 사는 갈등산업 종사자이며, 평범한 시민들의 적"이라면서 "극단을 배제해야 진짜 청년들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다.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 담론으로부터 배제되고, 정치권으로부터 소외된 2030세대 노동자들의 고충이 그것이며, 간접고용으로 4대 보험은커녕 홀로 2교대 근무를 소화하며 미래를 준비할 여유마저 잃어버린 플랫폼 노동자들의 삶이 그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외에도 직업 교육마저 포기한 '니트족', 편의점 밖으로는 외출조차 하지 않는 '은둔 청년' 등 숨겨진 약자들은 무수히 많다"면서 "혐오에 편승하는 정치가 중단되길, 힘들다 소리칠 힘조차 남지 않은 사각지대의 약자를 살필 줄 아는 정치권이 되길 바란다. 그 시작이 바로 박지현 전 위원장과 같은 극단을 배제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박 위원장을 저격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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