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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극과 극 '개미' 남편과 '베짱이' 아내에게 오은영이 조언했다.
18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서는 종교 단체에서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결혼 4년 차 연상연하 신혼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이날 '개미' 남편과 '베짱이' 아내의 하루가 시작됐다. 남편은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 빨래에 식사 준비까지 부지런히 집안일을 했다. 반면 오후 2시에서야 일어난 아내는 다시 베개를 들고 나와 거실에서 잠을 청했다.
눈을 뜬 뒤에는 소파에 누운 채 식사 중인 남편에게 배터리를 가져다 달라는 심부름을 시키고, 국 간을 맞추라며 잔소리했다. 이에 남편은 "신혼 초부 아내를 사랑하니까 '집안일, 내가 충분히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집안일을 열심히 해도 아내 성에 안차서 꾸지람만 들으니 하기도 싫어지고 힘들어지더라"고 털어놨다.
아내 역시 고충은 있었다. 식사 중 아내의 이야기에도 남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단답 할 뿐이었다. 평소에도 남편은 아내의 긴 메시지에 단답으로 일관하거나 여러 번의 연락에도 답이 없었다. 아내는 "대화하는 사람은 대화하고 싶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화를 포기할 때가 굉장히 많다. 말하다가도 말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느 주말 아침. 아내가 늦잠을 자는 사이 남편은 한강으로 자전거 라이딩을 떠났다. 뒤늦게 일어난 아내가 전화하자 놀랍게도 남편은 휴대전화를 확인하고도 이를 무시했다. 돌아온 남편은 또다시 외출에 나섰다. 아파트 순찰부터 아파트 쓰레기 민원회의, 도서관 방문자 현황 체크 등 부지런히 동대표로서 일을 해결했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아내는 "직장에서 동료랑 관계가 많이 안 좋았다"며 "그 뒤로 무력감이 심해졌다. 남편은 이 상황에 대해 잘 아니까 잘 들어주고 말해줬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는데 집에 없으니까 더 침체된다"고 우울함을 드러냈다. 이에 남편은 "하루 종일 연락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계속 연락을 한다. 내가 신경을 못쓸 때가 많다. 엄청나게 장문의 메시지들을 많이 보낼 때가 많다. 그걸 내가 그걸 다 일일이 읽어보고 답장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자신의 고충을 전했다.
오은영은 "나는 두 분을 보니까 남편이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두 분이 같이 집에 있을 때 문제가 훨씬 더 많아 보인다"며 "여러 부부들을 만났는데 오늘 이 부부가 제일 심각하다. 정말 조심스럽다. 그런데 지금 보면 두 분은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할 뿐 함께 하는 게 하나도 없다. 이제껏 '이 부부 어떡해'하는 부부들은 치열하게라도 싸운다. 그런데 이 부부는 함께하는 게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아내가 보내는 장문의 메시지와 남편의 침묵도 꼬집었다. 오은영은 "두 분이 대화를 보면 독특한 특성이 있다. 이건 아내 분이 잘 알고 있어야한다. 메시지를 보면 양이 많고 띄어쓰기도 안 한다. 딱 보면 부담스럽다. 사랑하는 사람하고 대화를 할 때는 나의 마음 안에 내 마음 반과 상대의 마음 반이 들어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내 분은 본인이 궁금한 것만 이야기한다"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섬세한 분은 아니다. 그리고 감정을 표현 안 하면 알아차리는 분은 아니다. 그런데 분명한 건 남편의 마음이 변했다던가 아내가 이기적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안 되겠다. 더 깊은 문제가 있다. 아직은 더 확인을 해야겠지만 지금 현재로는 굉장히 가엽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다"라고 안쓰러움을 표했다.
이후 아내는 남편의 손에 이끌려 몇 달 만에 외출에 나섰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시장이었다. 남편이 애교를 부리며 닭강정을 먹자고 했지만 아내의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아내는 직장을 다니지 않는 대신 소비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남편의 오랜 설득 끝에 두 사람은 닭강정을 사기로 했다. 그러나 결제 직전 남편이 자리를 비우자 아내는 불안해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닭강정을 먹으며 "혼자 다닐 거면 왜 같이 나오자고 했나 싶기도 하고 자기 신난 거 보자고 나오자고 한 건가 싶기도 하다. 계속 사자고 하는 거 말리는 것도 지친다"고 남편에게 불만을 터트렸다. 아내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남편의 표정은 굳어갔다. 결국 남편은 아내를 위해 한우를 사러 자리를 비웠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아내는 "나를 속이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느냐"며 화를 풀지 않았다.
이에 남편은 한 숨을 내쉬고는 외출에 나섰다. 아내의 연락은 받지 않은 채 지인들과 모임으로 답답함을 해소하려 한 것. 밤늦게 남편이 돌아오자 아내는 "맨날 늦고 연락도 안 되고. 사실 난 이해가 잘 안 된다. 몇 시간씩 연락이 안 되는 게"라고 말했다. 남편은 "답장하고 그러는 게 내 감정 노동 같고 그래서 점점 지쳐갔던 것 같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싶다. 사랑을 증명해야 하나. 사랑을 연기해야 하나. 자기한테 맞추려다 보니 내가 지친다"며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를 지켜본 오은영은 "아내가 어쨌든 가엾고 그렇다. 외출했던 재래시장. 거의 생계를 유지하지 못할 만큼의 궁핍한 사람들의 생활 같다. 닭강정, 남편이 먹고 싶었던 거다. 그럼 사줄 수도 있는데 그거를 못하게 하더라. 왜? 돈 때문에. 닭강정을 사려면 돈은 들지만 측정할 수 없는 즐거움과 행복을 하나도 모르고 있더라"며 말했다.
이어 "또 남편이 잠깐 사라지셨다. 그냥 사라진 게 아니라 '잠깐만 여기 있어, 다녀올게'라고 했다. 우리가 보통 장 보러 가면 잘 그러지 않느냐. 시장에서의 아내는 영유야다. 성인이 아니더라. 유기된 유아처럼 어쩔 줄 모르고 두려워하더라. 물론 아내 입장에선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운함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아내는 뭔가 불편해지면 타인의 의도를 의심한다. 나를 속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안 편하면 '타인이 나를 나쁘게 대했다, 속였다, 능멸했다'고 생각해버리면 여기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우주에 한 명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와도 아주 가깝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아내에게 "어린 시절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우셨느냐"고 물었다. 이에 아내는 어린 시절 어려웠던 형편과 부족했던 부모님과의 정서적 교감을 털어놨다. 오은영은 "마음이 편안하지 않을 때 의도를 의심하는 것은 아내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된 부분이다. 남편이 굉장히 많은 단서를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남편에게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건 굉장히 신뢰한다는 증거다. 하지만 남편은 부모가 아니다. 마치 부모에게 절대적 사랑을 요구하는 것처럼 남편에게 그런다면 버텨내지 못할 거다"고 말했다.
이어 "두 분이 아직 애정이 있다. 이 말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은 거다. 남편은 지나치게 허용적이다. 지나치게 허용적인 남편과 지나치게 의존적인 아내가 만나서 더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 남편이 이야기할 때는 하셔야 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편안하게 마음과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문을 열고 나가셔야 한다"며 조언했다.
또한 오은영은 "진정한 결혼 생활로 들어가셔야 한다. 결혼 4년 차지만 두 분에게는 일단 자녀 계획은 2순위다. 일단 두 분이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사전의 얇은 한 장처럼 쌓아가셔야 할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주 1회는 외식을 해라. 외식이 꼭 비싼 게 아니어도 좋다. 그런 조금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함께 같이 해봅시다'라고 했을 때 아내 분이 힘들고 그래도 그런 어려움과 저항감은 함께 힘을 합쳐서 벽을 허물고 나가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방송 캡처]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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