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LG 이민호와 SK에서 은퇴한 윤희상은 하이킥킹을 한 뒤 투구하는 우완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윤희상도 데뷔 초에는 투피치 투수였지만 체인지업, 커브를 장착한 뒤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었다.
마운드 판을 밟고 하이킥킹을 한 뒤 큰 키에서의 내리꽂는 투구로 SK의 1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18년)과 2번의 준우승(2011년, 2012년)을 이끌었던 윤희상이 LG 이민호를 향해 조심스럽게 조언을 했다. 이민호처럼 시행착오를 겪었던 윤희상은 현재의 이민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윤희상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12일 KIA와의 경기에서 3⅔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 이민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먼저 '이민호는 평균 이상의 속구와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피치 조합의 투수다. 단 속구의 릴리스포인트와 볼의 회전축은 구위형 투수의 느낌은 들지 않는다. 투수의 가장 안전한 자산은 속구이다. 이민호는 어느 정도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속구의 커맨드를 높이느냐? 아니면 속구의 위력을 뒷받침해줄 상생 가능한 변화구를 추가할 것이냐?' 라며 질문은 던졌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하이킥킹의 강한 스프라이드의 투구폼을 생각해 봤을 땐 속구의 커맨드를 잡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보이기도 한다. 릴리스포인트의 높이나 공간 익스텐션을 봤을 땐 체인지업을 던지기에 꽤 좋아 보이는 투구폼의 느낌이 있다'라며 현재의 부진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최근 이민호가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진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단조로운 투구 패턴의 한계라는 말도 나온다. 이민호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두 구종을 앞세워 힘으로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푸피치 파워 투수다
구위는 좋다. 프로 데뷔와 함께 1군에서 함께했던 이민호는 140km/h 후반대 패스트볼과 140km/h 초반대 슬라이더 두 구종을 앞세워 데뷔 첫해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닝수 관리를 받으며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부터는 커브의 비중을 늘리고 체인지업 추가하며 포피치 투수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올 시즌 체인지업과 커브의 비중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렇다 보니 타자는 이민호를 상대할 때 노림수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 이민호의 슬라이더가 잘 구사되지 않는 날은 난타를 당한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할 때 많이 힘들어한다. 변화가 심한 슬라이더를 좌타자 몸쪽에 던지면 사구에 대한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체인지업을 던져야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위력이 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체인지업의 구사율을 3년째 5% 이하다.
윤희상이 지적한 게 바로 이런 것이다. 윤희상은 끝으로 '앞으로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과감하게 시도하고 도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체인지업의 벽을 깨면 얼굴보다 더 완벽한 투수가 되지 않을까'라며 후배 투수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한편 이민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류지현 감독이 뽑은 올 시즌 LG의 키포인트였다. 켈리, 플럿코 두 명의 외국인 투수는 수준급 투구를 예상했지만 임찬규와 이민호로 구성된 3, 4선발은 타 팀에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프로 3년 차를 맞이한 우완 파이어볼러 이민호의 성장 여부가 LG 선발 마운드 운영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좋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 차이가 너무 컸다. 개막 후 3경기에서는 모두 4회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2군을 다녀온 뒤 이후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6월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7월 두 차례 등판에서 모두 4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선발투수의 가장 큰 덕목인 안정적인 이닝 소화력이 떨어진다.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데 쉽게 내려놓는 모습에 류지현 감독은 "기술적인 것보다는 선발 투수로서의 절실함, 책임감이 조금 더 준비가 되어야 할 것 같다"라며 이민호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이천에서 반등 가능성이 보일 때 1군으로 복귀 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민호가 2군에서 어떤 모습으로 재정비를 한 뒤 1군에 복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민호의 활약이 절실한 LG다.
[SK에서 은퇴한 윤희상이 LG 이민호의 부진에 대해 조언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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