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은퇴를 안 해야 할 정도로 너무 잘 하신다.”
야구 팬들과 롯데 동료들을 넘어, 타 구단 후배들조차 이대호의 은퇴를 아쉬워한다.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말리는 분위기는 더 이상 감지되지 않는다. 체념하는 분위기다. 본인이 2020-2021 FA 시장에서 2년 26억원 계약을 체결할 당시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사가 너무나도 확고하다.
어떻게 보면 이대호는 행복한 선수다. 이대호의 야구에 대한 사람들의 ‘리스펙트’가 깔려 있지 않다면, 이런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었을까. 물론 후배들이 이대호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의례적으로 ‘은퇴 만류’ 혹은 ‘안타까움’을 얘기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기자가 보기엔 후배들의 이대호를 향한 감정과 생각은 ‘찐’이다. 이승엽 이후 2호 은퇴투어는 그렇게 시작됐다.
KIA 150억원 해결사 나성범도 지난 16일 올스타전을 앞두고 이대호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들려줬다. 국가대표팀에서 잠시 한솥밥을 먹었을 때, 1루에서 수비수와 주자로 만났을 때, 그리고 이대호의 맹활약에 대한 나름의 분석까지 내놨다.
나성범은 “레전드 선배다. 어렸을 땐 TV에서 많이 봤고 좋은 기록을 세운 선배 아닌가. 2010년 7관왕은 정말 대단했다. 지금까지 야구를 같이 하면서 국가대표팀에서도 같이 뛰기도 했다. 그런 선배와 동시대에 야구를 같이 한 건 내 입장에선 영광”이라고 했다.
이대호는 최근 지명타자로만 나서지만, 전성기에는 1루수였다.(프로 초창기에는 3루수) 상대 야수들과 자연스럽게 부딪힐 일이 많았다. 나성범은 “1루에 나가도 편안하게 말씀도 잘 걸어주셨다. 재미있는 선배였고 멋있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무뚝뚝한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다른 면도 있었다.
또한, 나성범은 “지금 워낙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그만두시는 게 좀 아쉽긴 하다. 은퇴 시즌인데도 타격 1위(0.341), 최다안타 1위(108개)인 걸로 안다. (은퇴를 확정하면서)좀 더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원 없이 하시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야구가 잘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은퇴를 안 해야 할 정도로 너무 잘 하신다”라고 했다.
사실 은퇴를 예고하고 마무리하는 프로 선수는 극히 드물다. 다만 후배들에게 이대호는 또 다른 의미의 롤모델이 됐다. ‘마지막까지 멋지게 하고 떠나자’다. 나성범은 “솔직히 내게 은퇴는 좀 생각하기 빠른 시기이긴 한데, 언젠가 내게도 있을 일이다. 나도 멋지게 마무리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대호는 올스타전서 은퇴투어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제 후반기 시작과 함께 두산을 시작으로 9개 구단이 차례로 뜻깊은 행사를 마련한다. 이대호가 치열하게 달려온 과거에 대한 야구계의 리스펙트다. 그걸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떠나는 이대호는 행복한 야구인이다.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반지 획득은 불투명하지만.
[이대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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