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잠시 테스형을 잊어도 좋을 정도의 활약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당사자에겐 세간의 평가를 뒤엎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KIA가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잃은 건 2일 인천 SSG전이었다. 김종국 감독은 소크라테스를 잃은 뒤 이런저런 테스트를 했다. 결국 좌익수 이창진-중견수 김호령으로 고정되고 지명타자 경쟁이 시작된 모양새다.
여기서 김호령을 간과하면 안 된다. 아무래도 타격이 살짝 떨어지는 김호령을 꾸준히 쓰는 건 수비에서 실점을 막아내는 효과가 공격 생산력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중견수 수비력만 따지면 박해민(LG), 정수빈(두산) 등과 함께 리그 최고다.
여기에 KIA 코너 외야수들 중에서 수비력이 아주 빼어난 카드가 없는 현실도 투영됐다. 김호령은 좌중간과 우중간까지 커버하며 이창진과 나성범의 몫까지 해낸다. 그래서 ‘호령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김호령에겐 소크라테스가 없는 지금, 존재감을 확실하게 발휘하는 시간이다. 김종국 감독도 김호령에게 당장 수비 그 이상의 뭔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알고 보면 김호령은 자신의 한계를 깨부술 수 있는 기회다. 그 어느 때보다 타석 수를 충분히 보장받기 때문이다.
김호령도 어느덧 서른이다. 군 복무도 마친 8년차 외야수. KIA는 김호령 같은 선수가 전천후 백업으로 대기하면 엄청나게 든든하다. 그러나 야구선수는 누구나 풀타임 주전을 꿈꾼다. 백업이라면 안주하지 않고 주전을 향해 달리는 게 맞다.
결국 김호령은 내달 초 소크라테스가 돌아오면 익숙한 백업으로 돌아갈 것이다. 소크라테스를 대체할 선수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호령에게 지금은 훗날 풀타임 중견수로 거듭날만한 경쟁력이 있는지 평가 받는 시간이다.
역설적으로 김호령은 ‘호령존’이라는 신조어를 뛰어넘어야 한다. 늘 수비와 주루에 비해 타격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확실한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한 이유. 8시즌 통산 타율 0.243. 올 시즌에도 14경기를 치른 결과 정확히 0.243. 그러나 소크라테스 이탈 후 성적은 타율 0.206에 4타점 7득점.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
노력을 많이 한다. 지난 비 시즌에 나성범과 개인훈련을 함께하며 조언도 받고 깊은 대화도 했다. 1군에 복귀한 뒤에는 이범호 타격코치로부터 “타격은 폼을 떠나 타이밍”이라는 말을 듣고 방향성을 가다듬기도 했다.
23~24일 부산 롯데전 합계 3안타를 날렸다. 23일에는 시즌 첫 3루타를 기록했고, 24일에는 시즌 두 번째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단, 이날 삼진만 네 차례 당하는 등 여전히 기복이 큰 모습이었다. 시즌 볼넷 2개에 삼진은 11차례. 개선해야 한다. 애버리지를 높이는 첫걸음이다.
김호령이 자신과 싸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흘러간다. 소크라테스가 복귀 후 일시적으로 지명타자로 나서면 좀 더 중견수로 타석 수를 더할 기회는 생긴다. 어쨌든 김호령은 7월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호령존’은 김호령의 자부심이 투영된 말이지만, 뛰어넘어야 할 상징적인 단어이기도 하다. 앞으로 뛸 날이 뛰었던 날보다 훨씬 많은 선수라서 만년 백업에 만족하기는 이르다.
[김호령.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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