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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불과 지금으로부터 10개월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일부 팬들은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SNS에 개인 메시지를 보냈고 그 내용은 수베로 감독을 화나게 만들었다. 그 내용인 즉슨 "제발 져달라"는 것이었다. 한화 팬의 입장에서는 "꼭 이겨달라"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 해 KBO 리그의 화제 중 하나는 '심준석 리그'였다. 최하위에 머무르는 팀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져가는데 그러면 덕수고의 '초특급 유망주' 심준석을 지명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지난 시즌 중 한화와 9위 KIA의 경기차가 좁혀지자 일부 몰지각한 팬들은 수베로 감독에게 "제발 져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메이저리그 등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는 '탱킹'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지난 해 심준석과 함께 언급된 단어 역시 탱킹이었다. 그러나 한화에서는 "고의적인 탱킹은 있을 수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결국 한화는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고 올해 9월에 열리는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런데 당연히 전체 1순위로 뽑힐 줄 알았던 심준석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물론 심준석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최근에는 "압도적이다"라던 심준석의 투구를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심준석은 지난 20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2⅔이닝 3피안타 3사사구 3실점으로 실망스러운 투구를 남겼다. 구속은 최고 156km까지 나왔지만 투구 밸런스가 잡히지 않아 제구력이 흔들렸다. 오죽하면 심준석 본인도 "이런 식이면 미국도 못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을까. 여기에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는 승선 조차 하지 못했다.
심준석이 헤매는 사이에 서울고의 '안경 에이스' 김서현이 1순위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서현 역시 최고 구속 155km를 자랑하는 특급 유망주로 "일단 한국에서 먼저 성공을 거두는 것이 나만의 방식"이라고 말해 미국행을 고려하지 않고 한국에 남을 것임을 밝혔다. 아직 거취를 확정하지 못한 심준석이 불확실한 카드가 되면서 김서현의 '잔류 선언'이 한화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이제 신인드래프트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9월 15일에 열린다. 올해부터는 1차지명 제도가 사라지고 전면 드래프트를 시행한다. 한화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넘버1 유망주를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만약 심준석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신인드래프트 참가를 신청하지 않는다면 한화의 선택은 김서현으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참가 접수 마감일은 8월 16일이다.
[서울고 선발투수 김서현이 20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진행된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서울고와 충암고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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