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드라마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유인석 감독과 문지원 작가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해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케이블채널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렸다. SBS '자이언트',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2', '배가본드'를 연출한 유인식 감독과 영화 '증인'의 문지원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지난달 29일 1회 시청률 0.9%로 출발해 지난 21일 방송된 8회 시청률 13.1%를 기록하는 등 믿기지 않는 상승세를 자랑하고 있다. (이하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 신생 케이블인 ENA의 채널 최고 시청률 기록 역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갈아치우고 있다.
이날 유인식 감독은 "이렇게까지는 사랑해 주실거라고 예상을 못했다. 아시다시피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고 이 소재가 굉장히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또 우리가 음식으로 따지자면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라서 입소문을 타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초반부터 열화와 같은 반응이 올 줄은 상상을 못 했다"고 기쁨을 표했다.
문지원 작가 또한 "연락이 되지 않았던 많은 분들이 다양하게 연락을 해주신다. 커피숍에 커피 사러 갔을 때 저쪽에서 태수미는 왜 우영우를 버렸을까 토론을 하고 계시고 버스를 탔는데 '우영우'를 보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며 인기를 실감했음을 전했다.
다양한 클리셰를 타파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극 중 우영우(박은빈)과 태수미(진경)의 재회 역시 뻔한 신파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지원 작가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를 넣겠다고 했을 때 처음 제작사에서 '괜찮은 거냐. 새롭고 신선한 드라마 해야 하는데 어떤 의미에서 가장 클래식한 장치를 가져와도 도니느거냐'라고 하셨다"며 "내가 계속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 드라마 문법에 익숙하지 않아서 내 나름대로 하나하나 어떤 문법이나 장치를 생각하지 않고 두 사람 관계에 집중해서 풀어내려 했다. 많은 분들이 좋게 반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겸손히 말했다.
다양한 추측이 쏟아져 나온 우영우의 친구 동그라미(주현영)의 이름에 대해서는 "동그라미라는 캐릭터가 영우의 가장 친구이면서 정신적 지주이면서 사실 영우보다 더 이상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으로 지어주려고 고민했다. 많은 후보를 놓고 고민하다가 지은 이름"이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큰 인기와 함께 문지원 작가의 전작 영화 '증인'도 주목받았다. '증인'에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지우(김향기)가 등장해 "나는 변호사는 못되지만 증인은 될 수 있다"라는 말을 한다. 자연히 지우의 연장선상이 우영우가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문지원 작가는 "이 드라마는 3년 전 어느 날 에이스토리 분들이 찾아오셔서 '김향기 배우가 연기한 지우가 성인이 됐을 때 변호사가 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그걸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나는 '가능할 것 같고 재밌을 것 같고 내가 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며 말했다.
이어 "조금 이상한 소리 같지만 뭘 하나 만들고 나면 그 영화나 드라마의 인물들이 평행우주 어딘가에 계속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우영우는 영화 '증인'을 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지만 '증인' 속 지우는 분명히 '우영우'를 본방 사수하고 재밌게 보고 있을 것 같다. 영우의 말투를 복사하듯 따라 해도 유일하게 비난받지 않을 유일한 인물이다. 우영우는 지우가 성장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살고 있고 우영우는 우영우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이상하다는 단어가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낯설고 이기적이고 가끔씩 무섭기도 하고 피하고 싶은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이상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생각들이나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힘이 그 이상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목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우영우가 주인공인 만큼 많은 이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중에는 실제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이 혹은 그 가족과 친구들도 있다. 그 과정에서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의 매력적인 부분만을 극대화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유인석 감독은 "세상의 모든 장애와 세상의 모든 자폐를 영우가 대표할 수 없다. 자폐인들이 워낙 폭이 넓다 보니 그들이 겪는 일상생활이나 의사소통의 어려움부터 본인이 자폐인이라는 자각 없이 느끼는 사회생활의 어려움 등 다양하다. 우영우의 무대가 일반적인 직장이고 거기에 떨어져 있는, 우리와 조금 다른 존재인 영우가 비자폐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어려움이나 거기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애환도 사실 비자폐인 시청자 여러분께 드려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자폐의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라면 참 좋았겠지만 우리 재주의 한계도 있고 드라마 초점의 한계도 있었다. 우리가 하려는 최대한의 진정성을 다루려고 애썼지만 어쩔 수 없이 다루지 못한 측면에 계신 자폐인들, 마치 영우처럼 특정한 재주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대해 공감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 모든 이야기를 받아안고 시작하기에는 우리의 한계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비자폐인의 자폐인 연기, 비장애인의 장애인 연기에 대한 아쉬움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유인식 감독은 "우리도 이 드라마가 대중들에게 사랑받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드라마가 사랑받은 만큼 자폐인 연기자가 자폐인을 연기하고 장애인 연기자가 장애인을 연기해서 좀 더 진실성 있고 감동적이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길이 조금 앞당겨진다면 우리로서는 보람 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며 조심스레 바람을 전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많은 담론을 만들어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놀랍게도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OTT 넷플릭스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방송 2회 만에 콘텐츠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넷플릭스가 매주 이용자들의 시청시간을 집계해 발표하는 '전 세계 톱 10 프프로그램(쇼)' 주간차트에서는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2395만 시간의 시청시간을 보이면서 비영어권 작품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달 29일 첫 공개된 지 2주만이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이 아닌 작품이 톱10에 진입한 것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처음이다.
유인식 감독은 "상상한 적 없는 일이다. 나도 좀 신기한 게 전편을 동시에 업로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방송하는 것과 똑같이 우리나라 스케줄대로 올라온 드라마가 생중계되는 느낌이다. 그런데도 해외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부분이 참 신기하고 놀랍다. 한편으로는 사람 사는 게 어디나 다들 비슷한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시대에 사람들이 어찌 보면 비슷한 갈등과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계신 건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신기함을 표했다.
문지원 작가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다른 나라의 시청자들을 만나는 것을 개인적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 작가가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대사가 많고 한국어로 된 말맛을 살려야 하는 대사도 많고. 그래서 이렇게까지 큰 인기를 끌 거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굳이 이유를 물어보신다면 재밌어서라고 생각한다. 창작자로서는 자기가 만든 다른 뭔가를 다른 사람들이 재밌게 봐주시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알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뿌듯함을 전했다.
매회 다른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만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반짝이는 캐릭터들로 다양하다. 4회에 등장한 동그라미의 아버지 동동삼(정석용)이 그러했고 방송을 앞둔 9회의 방구뽕(구교환)이 그렇다. 유인식 감독은 "작가님의 대본을 보면 그 회 게스트인데 주인공에 가까운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러닝타임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들이기도 하고 대사의 양도 많은 편이라 상당히 중량감 있는 배우가 하지 안 되게 대본을 써주시더라. 대본이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이 역할을 할 만한 배우를 찾는 거였다. 꽤 많은 대본을 갖고 시작을 했는데 스케줄에 맞으면서도 이미지에 맞고 역할을 하실 수 있는 분들이 손꼽을 정도였다. 때로는 촬영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찍기도 했다. 나와주신 분들마다 너무들 잘해주셨다. 끝나고 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현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총 16회 중 8회까지 방송됐다. 극의 절반을 달려온 셈이다. 이 과정에서 우영우와 이준호(강태호)의 러브라인은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자폐인과 비자폐인의 러브라인이라는 점 역시 한 몫했다. 문지원 작가는 "자폐라는 이름 때문에 자기의 생애에 자기중심적인 데가 있는 영우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사랑을 하고 다른 사람을 자기 세계에 초대하고 그 사람을 발맞춰가는 건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걸 어떤 식으로 넣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영우와 준호가 함께하는 순간이 딱 액자에 넣을 만큼 소중하고 기념할만한 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전반부 8화까지는 조금 설레는 감정 위주,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빠져 가게 됐고 호감을 쌓아가는지 이야기를 한다면 후반부에는 조금 깊은 고민이 드러날 것 같다"며 "영우 입장에서는 자폐인이 다른 사람과 함께 간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고민할 것 같다. 준호의 경우 장애가 있는 여성을 사랑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러브라인 이외의 다른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유인식 감독은 "아마 전반부가 그렇듯이 우영우가 고민할만한, 또 우리가 고민할만한 정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가 창작해놓은 에피소드와 캐릭터들이 나름 혼신의 힘들 다해서 답을 내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게 정답도 아니고 모든 이가 동의하는 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게 우리 드라마의 한계기도 하지만 우리고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세계에서 논의되고 어떻게 해야 되는 게 맞냐는 토론 과정에서 우리 드라마를 비평해 주시는 건 아주 고맙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야기같다. 이런 정답이 없는 문제들, 소수자들이 나오는 이야기, 안 해봤던 소재의 드라마가 이렇게 대중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생겨나는 이야기들은 만드는 사람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럽고 무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반응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사랑해주셨던 그 모습처럼 나머지 에피소드들도 봐주시고 아낌없이 의견을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지원 작가 또한 "우리 드라마가 순두부 계란탕 같은 밝고 따뜻한 힐링 드라마지만 사실 그 안에 많은 야심과 도전이 숨어있다. 예민한 소재와 낯선 형식, 업계 관례를 순순히 따르지는 않는 여러 도전이 숨어져 있는 도라마다. 나는 신인이다 보니 혼자였으면 이 의도가 많이 깎이거나 삭제됐을 텐데 흥행을 밥 먹듯 하시는 스타 감독님이 우리 오셔서 밀고 나가주셔서 모든 시도를 속 시원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떡밥이 주어진다면 각계각층에서 전문가적인 수준의 지식들을 쏟아내며 다양하고 풍요롭게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분들이 시청자, 관객인 것 같다. 이 드라마를 통해 그걸 다시 확인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사진 = ENA 제공]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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