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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가수 이수영이 눈물로 숨겨둔 상처를 고백했다.
29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42회에는 24년 차 명품 발라더 이수영이 게스트로 등장했다.
이날 이수영은 "가수로서의 삶이 저한테 안 맞는다. 사실은 가수인 게 너무 힘들다. 내 무대가 좋았다고 느낀 적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라고 극심한 무대 공포증을 앓고 있음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무대에 오르면 심장이 터져 나갈 거 같고 죽을 거 같다. 숨이 안 쉬어진다. 최고의 무대를 못 하고 죽을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 그냥 이 상태로 30년, 40년 견디는 거죠. 가수를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사실은 했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수영은 "그래서 병원 다니며 약을 먹는다. 요즘도 무대에 오를 때마다 안정제를 먹고 간절히 기도를 드린다. 그러다 보니 자꾸 자신감이 하락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너무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항상 제가 어린 동생들을 챙겨야 했다. 막내를 등에 업고 방을 닦은 기억이 있다. 정부미 쌀을 받아온 기억도 있고, 남동생이 미끄럼틀에서 떨어져 실명할 뻔하고 이런 모든 상황에서 제가 다 어른 역할을 했어야 했다. 편안하게 발 뻗고 내 공간, 오롯이 나만을 위한 걸 한 번도 못 누렸다. 그래서 그게 지금도 잘 안된다. 저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게 굉장히 죄스럽게 느껴진다"라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어 "그러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임신 기간 동안에도 라디오 DJ를 하고 있었는데 심한 입덧으로 피까지 토하게 됐다. 어쩔 수 없이 건강을 위해 라디오 하차를 했었다. 임신 7개월 때부터 아기 낳을 때까지 휴식기를 가졌는데 그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 나는 생명을 가졌고, 돈을 안 벌어도 아무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고. 당시 몸은 되게 힘들었지만 꽉 채워진 느낌이었다. 혼자가 아닌 느낌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이수영의 삶은 전쟁 고아 같은 느낌이다. 전쟁에서 나는 살아났는데 희생됐던 가까운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 편안해도 되나' 그들에게 죄짓는 거 아닌가 싶은 죄책감을 느끼는 거다. 가수로서 성공 후에도 늘 자신을 혹독한 상태로 만들지 않으면 죄를 짓는 거 같은, 적절하지 않은 죄책감을 느끼는 거 같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내면이 이해가 된다"라면서 "임신했을 때야 쉴 수 있는, 비로소 정당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거 같다. '임신했으니 당연히 쉬어야지, 정당하지' 이렇게 느끼며 그 시간을 굉장히 편하게 행복하게 지낸 거 같다. 너무 안타깝다"라고 바라봤다.
또한 이수영은 "저에겐 관계가 훨씬 우선이다"라며 "고등학생 때 독서실에 갔더니 저를 향해 무서운 눈빛을 보내는 친구들이 보이더라. 그때 한 친구가 제가 거지 같다고, 뭘 사줘도 고마워할 줄 모르고 자기 걸 자꾸 뺏어 먹는다고 왜곡해서 얘기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근데 그때 제가 독서실에 있는 그 친구들에게 무릎을 꿇다시피 하며 울면서 그거에 대해 설명했다. 친구들을 잃지 않으려고 처절하게 노력하며 해명했다. 친구들과의 오해를 풀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도 가졌었다. 왜냐하면 저한테 친구는 가족 대신이었다. 유일하게 저를 동등하게 대해주는 존재라는 생각에 친구들에겐 치우치게 마음을 주게 됐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출산 후 6년간 아이를 돌봐 주셨던 보육 이모님이 계셨다. 굉장히 우직하신 분이었는데, 제가 이모님을 정말 엄마처럼 생각했다. 헤어질 때 너무 많이 힘들었다. 우리 아이도 그럴 것 같아서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했다. 검사 결과는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아이한테 슬픔이 있겠지만 그 정도는 아닌데, 어머니가 더 힘들어하신다'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도 이모님이 보고 싶은데 연락을 못하겠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이 같은 면모가 남편, 자녀와의 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오은영 박사의 말에 이수영은 "남편하고 연락이 안 닿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남편이 어떠한 순간에도 제 전화를 받고, 만에 하나라도 못 받으면 무조건 다시 전화를 해준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의 갑작스러운 연이은 사망 비보를 전화로 전해 들었던 만큼 큰 상처로 남았던 것.
그는 "근데 딱 한 번 남편이 회식 때문에 늦어졌던 날, 연락이 안 됐다. 보통 아내라면 화를 낼 텐데, 저는 '남편에게 사고가 났다. 병원에서 전화가 오겠구나' 이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계속 전화를 했고 알고 보니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져 전원이 꺼져 있던 거다. 얼마 안 있어서 남편이 들어왔는데 저는 엉엉 울고 있었다. '남편마저 죽으면 난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먼저 생각났다는 게 또 미안해지더라"라고 터놓았다.
오은영 박사는 "우리 모두가 나와 굉장히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생각해 봤을 때 좋기도 하지만 밉고, 사랑하지만 원망스러운 마음도 동시에 갖는다. 그런데 이런 걸 많이 느낄 때 '집착형 불안정 애착'이 생긴다. 집착형인 사람은 내가 의미를 두고, 내게 중요한 사람을 내 옆에 붙여 놓고 언제나 날 사랑해 주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 한다"라고 짚었다.
이어 "사람이 힘든 일을 겪으면 위기를 인지하고 불안감이 높아진다. 그럴 땐 누구라도 가까운 사람들이 위로도 해주고 보호도 해주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옆에 있어주고 해야 한다. 그래야 힘든 와중에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찾고 나아가 정서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수영은 잠깐이라도 정서적 안정감을 얻은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책임감이 굉장히 강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커서 더 힘든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이수영은 "남편이 제가 뭔가 잘못하면 누구보다 따끔하게 지적해 줄 때가 있는데, 그게 저는 '이 사람은 날 절대 떠나지 않을 거다'라는 확신이 들고 사랑으로 느껴지더라. 그리고 시어머니가 잔소리해 주시는 것도 너무 좋다. 사실, 시어머니가 잔소리를 잘 안 해주시는데 일부러 잔소리를 듣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해봤을 때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연신 눈물을 쏟던 이수영은 돌아가신 부모를 떠올리며 한참을 오열했다. 그는 "모르겠다. 박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저는 애도의 기간에 애도를 할 겨를이 없었다. 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시자마자 바로 가수의 길로 접어들어 눈물 흘릴 새 없이 지금까지 달려왔다"라고 전했다.
이내 이수영은 "오은영 박사님이 깨닫지 못했던 제 마음을 읽어주셔서 너무 큰 위로를 받았다. 처음으로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금쪽 상담소가 사람 살리는 좋은 일을 하신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감사드린다. 저와 같은 아픔을 공유하신 분들이 같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42회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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