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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너 일부러 그랬니?”
하루가 지나도 다소 이해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제사장’ 키움 홍원기 감독은 마무리 김재웅의 태연한 모습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6-3, 마무리에게 다소 넉넉한 리드라고 해도 9회초 무사 2,3루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러나 김재웅은 웃음으로 마운드를 방문한 홍원기 감독을 오히려 안심시켰다. 홍 감독이 내려간 뒤, 김재웅은 정훈을 유격수 땅볼, 잭 렉스를 1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연이어 1점씩 내줬으나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강타자 전준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경기종료.
김재웅은 올해 키움 불펜의 신데렐라다. 전반기에 8회를 지키는 메인 셋업맨으로 41경기서 2승23홀드, 평균자책점 1.11을 찍었다. 선동열급 ERA였다. 특히 5월13일 KT전부터 7월1일 한화전까지 2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패스트볼은 140km대 초반이다. 그러나 타점이 높아 패스트볼의 수직무브먼트가 상당히 좋다. 공 회전수도 많은 편이라 구속 대비 타자들에게 상당히 까다롭다. 2년 전 전임 감독의 눈에 띄어 1군에 데뷔한 뒤 실질적 풀타임 3년차에 잠재력을 터트렸다.
홍원기 감독은 애당초 김재웅의 역할을 바꿀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김재웅을 제외한 모든 불펜투수가 무너지자 할 수 없이 김재웅을 마무리로 내세웠다. 사실 김재웅도 7월 말 마무리로 돌아선 뒤 실점이 적지 않다. 8월 10경기서 1승8세이브 평균자책점 4.35.
확실한 건 천상 불펜투수 체질이라는 점이다. 위기서 마운드에 올라온 감독에게 웃음을 보이는 마무리투수가 몇 명이나 될까. 홍 감독은 “본인은 긴장했다고 하는데 난 미소를 띄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했다.
전쟁통에도 꽃은 피어난다. 키움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김재웅이라는, 새로운 마무리투수를 발굴한 건 분명한 수확이다. 실점은 다소 늘었지만, 9회에 보여준 김재웅의 투구는 8회의 김재웅과 다를 바 없다. 볼넷이 늘어난 게 아니라 타자가 잘 친 경우가 많았을 뿐이다.
홍 감독은 “선두타자에게 중전안타를 맞을 때 실투였다고 하더라. 우리 팀에서 수치상 제일 좋은 투구다. 믿고 가야 한다”라고 했다. 이쯤 되면 김재웅이 풀타임 마무리를 맡을 때 어느 정도의 수치를 남길지 궁금해진다.
김재웅은 지난달 31일 고척 롯데전서도 1이닝 1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올 시즌 55경기서 3승27홀드8세이브 평균자책점 1.64.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투수 WAR 3.45로 리그 11위다. 불펜 투수 1위. 심지어 승리확률기여도는 4.01로 4.36의 팀 동료이자 에이스 안우진에 이어 리그 2위다. 올해 KBO리그 최고 불펜투수 중 한 명이다.
[김재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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