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한 타석이라도 꼭 보고 싶었는데…”
KIA가 1일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홈런 1위’ 나지완의 현역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나지완은 2008년 입단, 15년간 KIA에서만 뛰어오며 221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KIA는 취재진에게 나지완의 은퇴를 공식 발표한 뒤 구단 SNS를 통해서도 팬들에게 발 빠르게 알렸다.
대부분 팬의 반응은 “아쉽다”, “수고하셨다”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올해 나지완이 1군에서 기용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한 타석이라도 꼭 보고 싶었는데”라는 말부터 “프랜차이즈 스타를 너무 홀대하시네”라는 말도 있었다.
나지완은 시대를 풍미한 거포다.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221개보다 더 많은 대포를 쏘아 올린 선수는 한 명도 없다. 특히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끝내기홈런은 타이거즈 팬뿐 아니라 KBO리그 골수 팬들도 역대 한국시리즈 명장면으로 기억할 정도다.
이상과 현실은 늘 괴리가 있다. 선수는 누구나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꾼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두가 4번 타자일 수 없듯, 천년만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선수는 없다. 특히 감독은 개개인에 대한 사적인 감정보다 팀을 위한 대의를 우선시해야 하는 자리다.
김종국 감독이 올해 나지완을 중용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4월3일 LG와의 개막전서 경기 후반 대타로 기용했으나 LG가 투수를 교체하자 곧바로 다른 타자로 교체했다. 이후 나지완은 1군 엔트리에서도 빠졌다. 다시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김 감독이 1일 광주 삼성전을 앞두고 “한번 콜업했다면 (아쉬움이)좀 덜 했을 텐데…선수의 마음을 이해한다. 기회를 더 받고 싶었을 것이다. 기회를 못 줘서 너무 미안하고 착잡하다”라고 한 건, 나지완에 대한 ‘인간적인’ 미안함이다.
나지완은 한 방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타자다. 주전 지명타자는 나지완보다 보여준 게 좀 더 많은 최형우다. 때문에 나지완으로선 무조건 좌익수 경쟁서 이겨야 1군에서 활용도가 생긴다. 이게 수비력과 기동력이 좋은 편이 아닌 나지완에겐 결과적으로 힘겨운 장벽이 됐다.
김석환, 이우성에 이어 이창진까지. 김 감독이 한 번쯤은 나지완 콜업 타이밍을 볼 수도 있었지만, 이창진이 5월 중순부터 자리를 매우 잘 잡았다. 8월 들어 부진했지만, 7월 MVP에 선정될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이런 선수를 외면하고 갑자기 나지완을 기용하긴 쉽지 않았다. 어느 팀이든 아주 특출나게 잘 하는 선수가 아니라면, 베테랑들은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서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나지완에겐 여러모로 불운한 시즌이다. 단, 김 감독으로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은퇴는 온전히 나지완이 결정했다. 나지완 정도의 선수라면 그 정도의 자격은 있다. KIA도 나지완의 커리어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시즌 막판 홈 경기에 적절히 시기를 봐서 은퇴식을 치를 계획이다. 어쩌면 그날 나지완에게 마지막으로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
[나지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IA 인스타그램 캡쳐]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