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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장, 단점이 있다.”
전설의 ‘국민유격수’ 박진만 삼성 감독대행의 생각도 대부분 현장 지도자와 다르지 않았다. 2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현역 최고 유격수를 꼽아달라고 하자 LG 오지환을 거론했다. NO.2에는 SSG 박성한을 찍었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지환이가 확실히 수비에서 가장 안정감이 있다”라고 했다. 별다른 부연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다. 과거 오지환은 특유의 송구능력을 앞세워 어려운 타구를 잘 처리했지만 손쉬운 타구에 실수가 잦았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오지환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 계보에 들어가도 될 정도의 아우라를 뽐낸다. 실책은 적고, 안정감은 배가됐다. 어려운 타구를 쉽게 처리하니 ‘파인플레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예측 및 대응능력, 임기응변능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박성한에게도 좋은 평가를 내렸다. 박 감독대행은 “아직 젊은 나이(24세)인데 잘하더라. 작년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작년에 경험을 하다 보니 올해 안정감이 생긴 것 같다. 그래도 지금 유격수는 지환이가 가장 안정감이 있다”라고 했다.
사실 여기까진 누구나 내리는 일반적인 평가다. 박 감독대행은 한 가지를 더 주목했다. 올해 오지환과 박성한은 공수겸장 유격수다. 오지환은 국내에서 가장 드넓은 서울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21개의 홈런을 쳤다. 2일 수원 KT전서 21호포를 터트렸다. 박성한은 타율 0.302로 2년 연속 규정타석 3할에 도전한다.
오지환은 리그 최강 LG 타선에서도 5번 타자다. 시즌 초반에는 6~7번에 들어간 시간이 길었지만, 최근에는 붙박이 5번이다. 박성한도 3번과 5번에 번갈아 들어가다 후반기 타격 부진으로 최근에는 7번 타순에 들어간 경기가 많았다.
알고 보면 박진만 감독대행도 공수겸장 유격수였다. 삼성 시절 선동열 전 감독이 박진만 대행을 5번 타자로 중용하기도 했다. 2006년 타율 0.283에 11홈런 65타점, 2007년 타율 0.312에 7홈런 56타점을 기록했다. 현대 시절이던 2003~2004년에는 타율 0.283, 0.286에 16~17홈런씩 쳤다.
이를 두고 박 감독대행은 “장, 단점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격수는 수비가 중요하다. 그런데 중심타선에 들어가면 ‘팀이 내게 중심타자 역할을 맡기는구나’라면서 팀에 대한 믿음, 신뢰감이 생긴다. 반대로 유격수가 수비에서 체력소모가 크다 보니 중심타자까지 맡으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실제 박성한이 전반기 막판 타율 3할 2~3푼대를 오르내렸으나 3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작년에 풀타임 유격수로 처음으로 자리매김했고, 이제 풀타임 2년차다. 김원형 감독은 박성한의 체력이 떨어졌다고 진단한 적이 있었다. 반면 오지환의 경우 숱한 경험을 바탕으로 20홈런 유격수로 거듭나며 왜 자신이 진정한 현역 NO. 1 유격수인지 입증한다.
결국 오지환의 가치는 안정된 수비력 뿐 아니라 21홈런으로 배가되는 것이다. 박 감독대행은 현대 시절이던 2001년에 타율 0.300에 22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유일한 20홈런 시즌이었다. 국민유격수의 위대함, 오지환의 진정한 가치를 두루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오지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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