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오른팔의 높이를 낮췄다.”
왼손투수가 환골탈태를 했다. 특급 불펜투수로 거듭났다. 그런데 비결이 왼팔이 아닌 오른팔이다. 오른팔의 높이를 낮추면서 전체적인 투구 밸런스를 다듬었다. 육안으로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미세한 변화가 투수의 클래스를 결정한다.
KIA 이준영은 올 시즌 팀에서 가장 꾸준한 불펜이다. 필승계투조 트리플J는 전상현~장현식~마무리 정해영을 지칭한다. 그러나 전상현과 장현식은 부상으로 개점 휴업 중이다. 정해영도 전반기 막판과 후반기 초반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이준영은 59경기서 1승1세이브13홀드 평균자책점 1.43으로 특급 활약이다. 기본적으로 왼손타자 상대 스페셜리스트다. 그렇지만, 후반기에 필승조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더욱 중요한 상황에 중용된다. 우타자를 상대로도 약한 편이 아니다.
2015년 입단 후 작년까지 매년 5~6점대 평균자책점에 그쳤던, 생존을 격정했던 투수가 어쩌다 특급 좌완 불펜이 됐을까. 이준영은 2일 광주 삼성전 직후 “큰 변화는 아닌데, 서재응 투수코치님 조언으로 오른팔의 위치를 낮췄다. 공이 나갈 때 오른팔 높이가 높았다”라고 했다.
쉽게 말해 왼팔과 오른팔의 밸런스를 맞추면서, 왼팔의 스윙이 자연스럽게 교정되는 효과가 있었다. 스윙폭이 조금 작게 조정됐다는 의미다. 140km대 초반의 패스트볼에 사실상 슬라이더만으로 승부하는 투수지만, 타자들은 알고도 못 친다. 우타자 상대로도 슬라이더를 몸쪽에 팍팍 꽂는다.
이준영은 “자신 있게 몸쪽으로 들어간다. 팔 높이를 수정한 뒤 제구가 좋아졌다”라면서 “사실 수치는 생각하지 않는다. 볼넷만 줄이자는 생각이다. 어차피 내가 나가야 할 상황이 있으니 타자가 누구든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준영은 전반기 38경기서 1승8홀드 평균자책점 2.33, 후반기 21경기서 5홀드 평균자책점 0.49다. 후반기만 놓고 보면 흔히 말하는 ‘선동열급’이다. 물론 슬라이더의 궤적을 조율해 타자들을 현혹시키긴 한다. 그래도 “슬라이더는 하나인데, 살짝 조절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궁금했다. 왼손투수의 필수품과도 같은 체인지업을 실전서 던질 생각을 하지 않는지. 프로 1군 투수라면 대부분 구종을 던질 줄 알지만, 실전서 선택과 집중을 할 뿐이다. 이준영은 갑자기 웃으면서 “체인지업을 한 번 던져봤는데, (박)동원이 형이 던지지 마라고 하더라. 스피드도 안 나오고 연습을 더 하라고 했다”라고 했다.
박동원의 냉정한 지적에 이준영은 패스트볼+슬라이더, 강력한 투 피처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그래도 충분히 위력적이다. 이제 타이거즈 불펜에 J는 우완 트리오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대다수 팬이 안다. 특급 왼손 J가 탄생했다. 팔을 낮추니 세상이 달라졌다.
[이준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