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비밀이다. 계속 맞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야구는 상성이 지배하는 스포츠다. 희한하게 매년 새로운 천적관계가 곳곳에서 발생한다. 시간이 흘러 역전되는 경우도 있고, 오랫동안 굳어지는 케이스도 있다. 삼성 원태인과 KIA 박동원도 단기간에 성립된 천적관계는 아니다.
올 시즌 박동원은 원태인에게 14타석 13타수 6안타 타율 0.462 1홈런 3타점 1볼넷 1삼진 OPS 1.269. 통산 성적은 더욱 입이 벌어진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박동원은 원태인에게 27타석 23타수 12안타 타율 0.522 4홈런 8타점 4볼넷 OPS 1.723.
최근 양상이 좀 달라졌다. 원태인은 1일 광주에서 박동원에게 3타수 1안타로 선전했다. 그에 앞서 8월12일에는 3타수 무안타로 완벽하게 묶었다. 5회 마지막 타석에서 내야땅볼로 1타점을 헌납했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엄청난 반전이었다.
원태인은 1일 경기 후 박동원과의 승부를 두고 웃으며 “비밀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계속 맞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라고 했다. 뭔가 달라진 게 있는지 묻자 “그렇다”라고 했다. 결국 볼배합, 구종 및 코스 선택의 변화로 유추된다.
8월12일 경기의 경우 1회 1사 1,2루서 초구 패스트볼에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그런데 3회에는 2사 2,3루 위기서 초구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커브로 또 3루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했다. 5회 1사 1,3루서는 3B1S서 잇따라 체인지업을 넣어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확실히 변화구 승부가 많았다. 1일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2회 2사 2루서 패스트볼-커브-슬라이더로 3루 땅볼, 4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체인지업-체인지업-커브-커브-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그러나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서는 체인지업-패스트볼-패스트볼로 승부하다 좌전안타를 맞았다.
원태인은 올 시즌 도중 커터 비중을 높였다. 1일 경기서 슬라이더로 표기된 공의 일부는 커터 궤적이었다. 원태인과 박진만 감독대행은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았지만, 박동원을 상대로 슬라이더 혹은 커터 승부가 주효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원태인은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맞아 다행이다”라고 할 정도로 여전히 박동원과의 승부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대행은 그런 원태인이 대견하다. 2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태인이가 여러 가지 바꾼 게 있다. 왼손타자에겐 체인지업이 좋으니 강한데 오른손타자에게 약한 면이 있었다. 이제 오른손타자도 잘 대응한다. 연구하고 개발하면서 좋아지는 모습이 보인다”라고 했다.
올 시즌 원태인은 좌타자에게 바깥쪽 체인지업을 앞세워 피안타율 0.246으로 준수한 결과를 냈다. 4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우타자에게도 그렇게 약한 건 아니다. 피안타율 0.266이다. 다만 8개의 홈런과 10개의 2루타를 내준 게 눈에 띈다.
이런 부분을 스스로 노력을 통해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실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왔다는 게 박동원과의 맞대결서도 드러났다. 이제 박동원이 긴장해야 한다. 박 감독대행은 “태인이가 성숙해졌고, 업그레이드됐다는 생각이 든다. 안정감이 있다”라고 했다.
[원태인(위), 박동원(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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