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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미지 사진 = 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처참했죠.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세계일보에 따르면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 교사 A(31)씨는 ‘그날’에 대한 기억을 묻자 ‘처참’이란 단어를 꺼냈다.
지난 6월30일, 그는 학교 연구실에 들어갔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6학년 B군이 여성 담임교사에게 목공용 양날톱을 휘두르고 있던 것이다.
이날 학교에 전학 온 지 나흘째였던 B군은 복도에서 동급생과 싸우다 담임교사가 연구실로 데리고 오자 흥분 상태로 서랍에서 톱을 꺼내 들고 “(싸운 아이와 교사) 둘 다 죽이겠다”며 욕설을 쏟아냈다.
B군은 교사들을 향해 “지금 내가 톱 들고 복도에 나가도 선생님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라고 비웃듯 말하며 복도에 나가더니 자신과 싸웠던 아이에게도 톱을 휘둘렀다.
A씨는 “아이를 제어할 수단이 없었다. 힘으로 제압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우리를 보호해주는 시스템이 없다는 생각에 슬펐다”고 회상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침착한 태도로 “화가 많이 났구나”라며 공감을 해주는 것뿐이었다. 겨우 아이를 진정시켜 회의실로 데려가자 B군은 책상 유리를 손으로 내리쳐 깨뜨렸다.
이후 학교에서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고 B군에게 출석정지 30일, 심리치료 20회 처분이 내려졌다.
심리적 충격을 받은 A씨와 담임교사는 몇 주간 병가에 들어갔다가 방학이 끝나고 복직했다. 하지만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B군은 출석정지 기간에 방학이 겹쳐 11월 학교에 돌아오는데, 학급 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 교사들과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까지 학교에서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A씨는 “사건이 보도돼 다른 반 학부모들도 알고 있어 B군이 다른 반에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B군을 마주치면 무서울 것 같다. 또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담임교사는 이 사건으로 받은 충격과 상처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3년 차 교사인 그는 아직 상담을 받고 있다.
당시 상황을 이야기할 때면 여전히 울며 힘들어한다는 그는 사건을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럽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교사라는 직업에 회의가 들진 않았을까.
A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다. 학교에 한명 있을까 말까 한 아이 때문에 교사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느꼈던 무력감을 또 느끼고 싶진 않다. 그는 “아이가 문제행동을 했을 때 현장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다못해 벌점도 못 준다”며 “아이의 문제행동을 제어할 수단이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교사들이 무너지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학교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현실이다. 교사에게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교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교사들은 교권을 침해당해도 묵묵히 견딜 수밖에 없다.
2022년 대한민국 교실의 현주소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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