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기저기서 2019년 SK의 악몽을 거론한다. SSG로선 스스로 극복해내는 것 외에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단, 3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2019시즌 페넌트레이스 최종 승자는 KBO리그 출범 후 가장 극적으로 결정됐다. SK와 두산이 시즌 최종전을 치르기 전까지 1위와 2위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두산이 2019년 10월1일 NC와의 최종전서 6-5, 9회말 끝내기승리를 거두며 SK와 극적으로 동률을 이룬 끝에 상대전적 우위로 대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발판 삼아 2019시즌 내내 독주했다. 8월 말까지도 2위 두산에 9경기 차로 앞서갔다. 그러나 마지막 1달간 이 격차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특히 두산은 9월19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의 더블헤더를 모두 잡고 탄력을 받았다.
3년이 흘렀다. SSG는 3년 전 SK처럼 독주한다.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도전한다. 역시 10경기 내외를 리드했다. 그러나 8월 중순부터 공기가 바뀌었다. SSG가 살짝 주춤한 사이 LG가 최근 7연승을 달리며 4경기 차까지 추격했다. 최근 2주간 4경기 차가 '순삭'됐다.
SSG가 3년 전 악몽을 떠올리는 것도, LG가 3년 전 두산의 환희를 꿈꾸는 것도 당연하다. 공교롭게도 6~7일에 잠실에서 운명의 2연전이 준비됐다. LG가 모두 잡으면 2경기 차. 우승 향방은 완전히 안개 속으로 빠진다.
그런데 SSG가 필요이상으로 자책하거나 초조할 필요가 있을까. 3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우선 3년 전 SK는 1년 내내 타선에 고민이 뚜렷했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심각한 빈공이었다. 결국 마운드의 힘으로 달려오다 한계에 부딪혔다. 그러나 올해 SSG 타선은 다르다. 리그 최강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마다 수준급 생산력을 과시해왔다. 그리고 ‘장타’라는 특유의 강점은 여전하다.
오히려 수비와 불펜의 불안으로 쫓기는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수비는 근본적으로 리그 최강이며, 불펜도 확실한 마무리 부재라는 아킬레스건을 드러냈지만, 물량공세는 가능하다. 이 지점에서 LG가 앞선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SSG는 이럴 때 더 중요한 선발진의 힘에서 LG에 근소한 우위다.
SSG는 최근 2주간 4승6패다. 불펜과 수비가 안 좋아서 거둔 성적이다. 좋지 않지만 나쁜 성적도 아니다. LG가 더 잘했다고 봐야 한다. LG는 시즌 내내 리그 최강의 타선 생산력을 과시한다. 선발진 후미가 약하다고 하지만, 마운드의 전체적인 양과 질은 리그 최고다. 한 마디로 현 시점에서 LG는 SSG에 밀릴 게 없으며, 역대급 2위다.
SSG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들의 힘으로 다른 팀들의 행보를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LG도 SSG를 컨트롤 할 수 없다. 결국 SSG는 자신들의 경기력을 정비하며 차분하게 마지막 25경기를 치른 뒤 ‘야구의 신’에게 평가를 받으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LG도 마찬가지다.
SSG로선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볼 때, LG와의 잔여 3경기를 모두 져도 1경기 차 우위다. 또한, LG가 지금의 상승세를 9월 말까지 이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어느 팀이든 경기력, 페이스의 업&다운이 있다. 마침 SSG도 6일 맞대결에 맞춰 추신수가 손가락 부상을 털어내고 1군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LG가 너무 잘해서 일어난 일이다. LG의 승률은 무려 0.632. 2010년대부터 2위의 역대 최고 승률은 2014년 넥센의 0.619였다. 2위가 승률 6할을 기록한 건 2014년과 2019년 SK가 전부였다. 심지어 과거 1위 팀들을 돌아보면 5할대 후반 승률도 부지기수였다. 작년 우승팀 KT도 승률 0.563이었다.
때문에 SSG가 ‘용두사미 시즌’의 재현이라며 고개를 숙일 이유가 전혀 없다. 최근 잘 안 된 부분들을 복기하고 수정하는 과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자책할 이유가 없다. SSG는 여전히 리그 최강이며, 단지 역대급으로 강한 2위를 만났을 뿐이다. 설령 순위가 뒤집힌다면 LG가 칭찬을 받을 일이지 SSG가 과도한 비판을 받을 이유는 없다.
[SSG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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