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웃으면서 재밌게 하자.”
삼성 신인 내야수 조민성은 1일 확대엔트리가 시행되자마자 1군에 등록, 그날 광주 KIA전에 곧바로 8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퓨처스 감독 출신 박진만 감독대행의 과감한 디시전이었다. 그날 조민성은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3회말 2사 1루서 나성범의 강습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타구는 자신의 오른발을 맞고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갔다. 6회초에는 꿈에 그리던 첫 안타를 내야안타로 장식한 뒤 1사 후 상대 실책에 3루에 들어갔다. 그러나 1사 1,3루 찬스서 김지찬의 1루 땅볼에 홈을 파고 들다 횡사했다.
신인은 말할 것도 없고 베테랑들도 언제든 실책과 주루사를 할 수 있다. 다만, 조민성으로선 프로에서 그런 경험조차 처음이라서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민성은 원태인에게 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조민성은 그날 경기 후 “태인이 형이 신경 쓰지 말라고, 괜찮다고 해서 미안했고 고마웠다”라고 했다. 원태인도 “웃으면서 재밌게 하자고 했다. 1군 첫 경기서 실책을 하면 긴장을 하게 되고, 심리적으로 더 큰 부담을 갖게 된다”라고 했다.
누구나 실책을 할 수 있다. 투수마저 흔들리면 야수들은 더욱 위축되고, 결국 경기를 망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원태인은 조민성의 실책 이후 실점하지 않았고, 심지어 승리투수가 됐다. 조민성의 횡사 역시 결과적으로 팀 승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22세 간판투수가 신인을 다독이며 상황을 정리할 정도로 성숙해졌다. 더구나 원태인은 당시 1루 커버를 들어가다 다리가 살짝 불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기 후 혹시 위축됐을 지도 모를 후배를 먼저 챙겼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2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태인이를 높게 평가하는 게 젊은 투수지만, 야수들의 실책이 있을 때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층 성숙해졌구나 싶다. 야수가 실책할 때 심적으로 흔들리는 투수가 있다. 태인이는 아직 젊은데 이겨내는 모습이다. 배영수 코치처럼 토종 삼성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현역 시절 삼성에서 함께 뛴 배영수 두산 투수코치를 떠올렸다. 배 코치는 ‘푸른피의 에이스’라는 별명으로 보듯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삼성을 대표하는 토종에이스였다. 박 감독대행도 2005년 FA로 삼성에 입단한 뒤 오랫동안 배 코치 뒤에서 좌측 중앙내야를 지켰다.
이런 사례를 떠나, 올 시즌 원태인은 또 한 단계 성장했다. 22경기서 9승5패 평균자책점 3.53. 리그 최정상급 토종투수들과 비교할 때 기복은 있다. 퀄리티스타트가 9회가 조금 아쉽다. 그러나 작년 158⅔이닝을 넘길 가능성, 2년 연속 10승과 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박 감독대행은 “올해 태인이가 타자와 싸우는 모습이 좋아졌다. 신인 때는 요리조리 꼬아가면서 맞춰 잡는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힘 대 힘으로 부딪힌다. 공격적인 투구를 하면서 야수들의 수비 시간도 줄여준다”라고 했다.
정작 원태인은 “전반기에는 삼진 욕심이 많았는데, 이젠 템포를 중시한다. 야수들이 템포 빠른 투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위기서 삼진을 잡아야 하겠지만, 이닝을 길게 끌고 가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경기 흐름에 따라 힘으로 붙어야 할 때, 맞춰 잡아야 할 때를 효율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야수들도 차분하게 이끈다. 배 코치의 뒤를 이을 삼성 토종에이스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의 나이는 고작 22세다.
[원태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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