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로는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 누군가 그 자리를 메운다.”
프로스포츠에만 적용되는 명언이 아니다. 사회인들도 마찬가지다. 특정 조직에서 특정 역할을 오랫동안 맡았다고 해서 그 역할을 영원히 자신만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이유든 자리를 비우면 대체자가 나타난다.
특정 역할, 위치를 잡는 게 그 어떤 조직보다 힘든 프로스포츠 선수들에겐 더더욱 중요한 얘기다. 1996년 데뷔, 2009년 은퇴할 때까지 1군에서만 무려 1359경기에 출전한 ‘한 남자’ 김종국 감독은 프로의 무서운 현실을 선수들이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타이거즈 레전드이자 국가대표 2루수였던 김 감독은 데뷔 후 2008년까지 단 4시즌만 제외하고 100경기 이상 출전했다. 2009년 51경기 출전은 신예 안치홍(롯데)에게 밀린 것일 뿐, 적어도 전성기 시절 건강할 때는 많은 경기에 출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 팀에 꾸준히 공헌했다.
김 감독은 지난 3일 광주 KT전을 앞두고 “프로에선 빈 자리가 생기면 누구든 메우는 선수가 생긴다.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우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 그 자리를 메운다. 주전들도 긴장해야 한다”라고 했다.
현재 KIA에도 적용할 수 있다. 7월 말에 필승계투조 장현식과 전상현이 잇따라 팔꿈치 이슈로 1군에서 빠졌다. 이후 KIA 불펜 운영은 확실히 힘겹다. 그렇다고 해서 KIA가 급격히 무너지지도 않았다. 우완 김재열이 요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유승철, 김정빈, 김유신 등 언제든 대기하는 선수들도 있다.
김 감독은 “항상 준비된 선수는 나타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영원한 자기 자리는 없다”라고 했다. 물론 전상현과 장현식이 돌아오면 다시 중요한 역할을 맡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은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가장 잘 나가는 SSG와 LG도 1년 내내 해줘야 할 주축들이 잘해줘서 원활하게 굴러간 건 아니다. LG의 경우 기존 선수들의 부상으로 문성주와 문보경이 급성장하며 타격의 팀이 됐다. SSG도 박종훈과 문승원 없이 전반기부터 선두를 질주했다.
따지고 보면 프로는 누군가가 빠지고 새로운 동력이 생기며 견제와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말도 있다. 선수 한 명이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하는 게 절대 쉽지 않다. 김 감독으로선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KIA 김종국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잔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