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혜성이는 천재예요. 고등학교 때 저보다 야구를 훨씬 잘 했어요.”
키움 간판스타 이정후가 2~3년 전 친구 김혜성을 두고 했던 이 코멘트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실제 김혜성은 동산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할 정도로 타격에 대한 자질을 인정받았다. 수비와 주루까지 갖춘 초특급 유망주였다.
실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17년 2차 1라운드 7순위로 입단했고, 2년차이던 2018년부터 1군 레귤러로 자리매김했다. 당시에는 2루와 3루를 고루 보는 전천후 백업이었다. 그럼에도 136경기에 출전했다. 2019년에도 122경기에 중용됐고, 2020년에는 에디슨 러셀의 입단으로 좌익수까지 영역을 넓혔다. 그럼에도 142경기에 나섰다.
2021시즌에는 꿈에 그리던 풀타임 유격수를 경험했다. 144경기 모두 출전해 타율 0.304에 46도루로 도루왕에 올랐다. 실책도 많았지만, 수비력도 나쁘지 않았다.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 시즌에는 주전 2루수로 옮겼다. 장거리 송구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메우고, 팀의 중앙내야의 안정감을 높이기 위한 홍원기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김혜성은 특유의 빠른 발로 넓은 커버 범위를 뽐내며 리그 최고 공수겸장 2루수로 거듭났다.
2년 연속 전 경기에 출전할 기세였으나 꺾였다. 2년 연속 도루왕의 꿈도 접었다. 122경기서 타율 0.314 4홈런 46타점 78득점 34도루를 기록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3일 인천 SSG전서 타격 후 1루로 뛰다 1루 커버를 들어간 투수 김택형과 충돌, 왼쪽 중수골 골절로 3~4주 진단을 받았다.
2020년 6월10일 삼성전부터 시작된 379경기 연속 출전 기록도 허무하게 끊겼다. 도루왕은 박찬호(KIA)의 무혈 입성을 지켜봐야 할 처지이며, 2루수 골든글러브 레이스 역시 안치홍(롯데)과 김선빈(KIA)에게 주도권을 넘겨줬다. 사실 시즌 중반부터 허벅지 부상을 참고 버텨온 걸 감안하면 이번 부상이 더욱 뼈 아프다.
알고 보면 김혜성은 이정후의 말을 조용히 증명해왔다. 유격수와 2루수를 모두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냈다. 올해는 쉽지 않지만, 훗날 언제든 유격수&2루수 골든글러브 동시수상에 도전할 수 있다. 2년 연속 3할에 성공했고, 심지어 4~5번 타순도 문제없이 소화했다.
이제 23세다. 그럼에도 이미 1군에서 682경기를 소화했고, 지난 4년 내내 꼬박꼬박 포스트시즌도 경험했다. 작년 도쿄올림픽에서 성인 국가대표팀도 경험했다. 현재 10개 구단에서 이정후나 강백호(KT) 정도를 제외하면 김혜성 또래에 이 정도의 경험을 쌓은 선수는 없다. 김혜성이 ‘한국야구의 보물’이라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키움 팬들이 너무 실망할 필요도 없다. 김혜성이 예상대로 3~4주만에 건강을 회복하면, 10월에는 경기에 나설 수도 있다. 정규시즌은 아웃이지만, 포스트시즌에는 뛸 수도 있다는 의미. 3위 싸움을 하는 키움이 가을야구 자체를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혜성이 이번 부상의 한을 풀 수 있는 무대가 곧 마련될 수도 있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