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안 뽑힌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다"
KBO는 지난 1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2023 KBO 신인드래프트를 개최했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총 1165명이 참가 신청서를 냈고 총 110명이 프로의 부름을 받았다. 지명을 받은 선수들에게는 살면서 가장 기쁜 하루였지만, 프로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가장 허탈하고 힘든 날이 아닐 수 없다.
키움 히어로즈 '베테랑 포수' 이지영에게도 신인드래프트는 썩 좋은 기억은 아니다. 프로 구단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지영은 육성선수 출신으로 올해까지 1군 무대에서만 12시즌을 뛰고 있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들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지영은 지난 2008년 삼성 라이온즈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2009년 정식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1군 무대를 밟기 시작, 2019시즌이 끝난 뒤에는 키움 히어로즈와 3년 총액 18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까지 맺으며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지영은 신인드래프트가 진행됐던 지난 15일, 새롭게 프로 무대를 밟을 후배들보다는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을 먼저 챙겼다. 과거의 자신이 경험을 해봤던 아픔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명이 안 됐을 때를 떠올려보면 마음이 아픈데, 그랬기 때문에 삼성에 연습생으로 들어갔을 때 계획을 세우고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지영은 "뽑힌 선수들보다는 안 뽑힌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운을 떼며 "나도 처음에는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 '야구를 왜 했나'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 또한 이겨내면 좋은 기회가 오더라. 이번 드래프트 결과로 인해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지영에게도 당시 미지명은 매우 큰 아픔이었다. 미지명의 충격에 운동을 약 일주일 동안 쉬기도 했다. 하지만 드래프트 이후 대회에서의 활약이 프로 입단까지 연결됐다. 그는 "드래프트 이후 감독님께 말씀을 드리고 일주일 정도 쉬다가 왔다. 그리고 이후 동대문 대회 때 삼성 스카우트분이 오셔서 계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KBO리그에는 육성선수로 시작해 신화를 쓴 선수들이 여럿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로는 이지영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고 돌아온 김현수(LG 트윈스)와 KBO리그 유일 '201안타'의 주인공인 서건창(LG), 더 과거로 올라간다면 통산 KBO 통산 340홈런을 친 장종훈 등이 있다.
이지영은 "조금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신고 선수로 성공한 선수들도 많다. 이번 드래프트가 전부가 아닌, 다른 기회로 더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당장은 힘들어도 며칠 쉬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출발 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성공의 유무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언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회는 또 찾아오기 마련. 올해 드래프트에서 프로의 부름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끝없는 노력 끝에 프로 무대를 밟아 어떤 성공 스토리를 쓸지는 아무도 모른다.
[키움 히어로즈 이지영.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