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한국 청소년야구 대표팀의 여정이 끝을 맺었다. 최재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월드컵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2-6으로 패배하고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한국은 선발투수 황준서가 ⅓이닝 3피안타 1실점에 그치고 이어 등장한 김정운이 1이닝 2피안타 2실점으로 고전하자 '에이스' 김서현까지 투입됐으나 김서현 역시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1피안타 3볼넷 3실점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초반 대량 실점을 피할 수 없었다. 2회까지 0-6 리드를 허용한 한국은 결국 초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주목 받은 에이스이자 마당쇠 역할을 했던 김서현의 부진이 뼈아팠던 경기. 그러나 김서현의 등판 일지를 살펴보면 왜 그가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는지 알 수 있다.
김서현은 10일 미국과의 오프닝라운드 경기에서 1⅓이닝 동안 41구를 던지고 다음날인 11일 브라질전에서 2⅔이닝 동안 45구를 뿌렸다. 그리고 사흘 간의 휴식이 주어졌고 16일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경기에서 1이닝 30구를 던진 것을 시작으로 17일 대만전에서 3이닝 40구, 18일 멕시코전에서 2⅔이닝 37구를 던진데 이어 19일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20개의 공을 투구하면서 홀로 '4연투'를 감당해야 했다. 그가 4연투를 하는 동안 던진 투구수는 127개였다.
김서현은 벌써부터 촉망 받는 유망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대회 기간 중에 열린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됐고 이번 대회에서 전광판에 101마일(163km)을 찍는 등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 선수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에이스'라는 명목 하에 4연투가 감행됐다. 이미 본인도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듯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개인 SNS에 '서현아 우짜노,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문구를 올리기도 했다. 이는 1984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당시 강병철 롯데 감독이 "동원아 우짜노, 여기까지 왔는데"라고 하자 최동원이 "알겠심더. 마, 함 해보겠심더"라고 말한 일화를 인용한 것이다. 최동원은 당시 한국시리즈에서만 1,3,5,6,7차전에서 등판해 홀로 40이닝을 던지며 4승을 거두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혹사였다.
김서현은 평소에도 안경을 착용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프로야구 초창기 '안경 에이스'로 통했던 인물이 바로 최동원. 김서현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또한 최동원이다. 김서현은 "롤모델은 여전히 최동원 선수다. 한 순간에 매료돼 초창기 KBO리그 야구를 자주 보게 됐는데 최동원, 김재박, 선동열 선수 영상을 유투브를 통해 자주 보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최동원의 모든 것을 닮고 싶어 한다.
김서현도 4연투를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을 최동원의 1984년 한국시리즈에 비유하면서 필승을 다짐했지만 이미 연투로 지친 몸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이제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유망주 선수에게 너무 많은 짐을 맡긴 것은 아닐지. 스스로도 '투혼'으로 극복해보려 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김서현. 사진 = 한화 이글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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