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스물다섯살에 야구가 한번 늘거다.”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고타자 이정후. 그는 아버지 이종범 LG 2군 감독에게서 언젠가 들었던 말이 지금도 신기하다. 이정후는 29일 인천 SSG전 직후 위와 같이 소개하며 “정말 그렇게 됐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25세(만24세) 시즌에 KBO리그를 평정했다. 2017년 데뷔 후 늘 최고였지만, 올 시즌에는 무결점 최고타자가 됐다. SSG 에이스 김광현의 패스트볼을 노려 거침없이 동점 스리런포를 쳤고, SSG 불펜에 일격을 가하는 결승타를 날렸다. 9개 구단 투수들은 이정후의 클러치능력이 무섭다.
이정후는 올 시즌 139경기서 539타수 189안타(1위) 타율 0.351(1위) 23홈런(5위) 113타점(1위) 82득점(6위) 출루율 0.422(1위) 장타율 0.581(1위) OPS 1.003 득점권타율 0.393이다. 사사구 81개를 얻는 동안 삼진은 단 31차례만 당했다. 타격 5관왕을 향해 달린다.
2차 스탯은 더욱 화려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텟티즈 기준, 타격 WAR 9.08(1위), 종합 WAR 10.06(1위), 조정득점생산력 184.3(1위), 가중출루율 1위(0.443), 승리확률기여도 1위(6.55), 공격 RAA(타격+도루+주루) 64.1(1위),
이쯤 되면 더 이상 MVP 논쟁은 무의미하다. 호세 피렐라(삼성)가 클래식 스탯 일부에서 이정후와 경합하거나 앞선다. 김광현(SSG)은 1점대 평균자책점을 바라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정후에 비해 임팩트가 살짝 부족하다.
이 모든 걸 정말 이종범 LG 2군 감독은 미리 알고 있었을까. 이 감독은 아들에게 예전부터 “항상 똑같이 하면 된다. 장타 안 나온다고 걱정하지 마라. 그냥 웨이트트레이닝 열심히 하고, 네 루틴대로 훈련해라. 폼도 변화를 주면 안 된다. 하던대로 해라”고 했다.
그렇게 일관적으로 살아가다 보면, 6년차, 25세 시즌에는 야구가 확 늘 것이라는 게 마치 ‘보살’로 빙의한 이 감독 예언의 실체다. 이정후는 “아빠 말대로 꾸준히 하니 진짜 이렇게 됐다. 신기하다”라고 했다.
저연차 시절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이정후는 “자연스럽게 힘도 많이 붙었고, 기술도 좋아졌다”라고 했다. 적절한 오픈스탠스에 몸통회전을 통한 어퍼스윙이 완벽히 자리 잡혔다. 2020시즌 막판 자리매김한 이 매커닉으로 정확성과 장타력을 동시에 잡았다. 강병식 타격코치는 지금의 기술로 매이저리그에서 부딪혀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작 이정후는 “타격 폼은 정말 모르겠다. 조금씩 변한 것 같기도 하다”라고 했다. 폼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 타이밍으로 스윙하면서 최적의 결과를 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과연 아버지는 올해 아들의 야구가 이 정도 레벨까지 올라올 것이라고 봤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정후는 25세 시즌을 후회없이 마무리하고 싶다. “다시없을 스물다섯살의 시즌이다. 후회 없이 하려고 한다. 개인타이틀도 MVP도 의식하지 않는다. 하다 보면 따라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런데 타율 2위와 9리 차이가 난다고 하자 “9푼 차이가 나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정후도 사람이다.
[이종범-이정후 부자(위, 가운데), 이정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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