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KIA 좌완 이의리는 데뷔 2년차에 처음으로 10승을 달성했다. 타이거즈 역대 최연소 10승에, 2012년 김진우(10승) 이후 처음으로 양현종이 아닌 토종 투수의 10승이다. 29경기서 10승10패 평균자책점 3.86.
이의리는 작년 후반기에 덕아웃 계단을 잘못 디뎌 부상하면서, 풀타임 선발등판에 실패했다. 19경기서 4승5패 평균자책점 3.61로 신인왕을 받았지만,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다.
올 시즌에는 철저한 몸 관리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리고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패스트볼 평균구속을 작년 145.4km서 올해 146.3km로 끌어올리며 좌완 강속구 피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10승을 해보며 스스로 느낀 부분도 많을 것이다.
단, 이의리의 여전한 약점은 제구와 커맨드 기복이다. 여전히 간혹 심하게 흔들리는 구간이 나온다. 그래도 작년에는 그대로 와르르 무너졌다면, 올 시즌에는 나름대로 위기관리를 하며 버텨내는 경기도 꽤 있었다. 결국 3점대 평균자책점을 사수했다.
그런 이의리를 벤치에서 바라본 김종국 감독은 속이 탔다. 가장 가까운 예시가 9월 24일 창원 NC전이다. 당시 KIA는 6위 추락 위기서, 올 시즌 가장 중요한 3연전을 치르고 있었다. 이의리가 한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했다.
그날 이의리는 6이닝 2피안타 5탈삼진 6볼넷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실점은 없었지만, 볼넷 6개가 김 감독의 애를 태웠다. 특히 3-0으로 앞선 3회말 흐름이 극적이었다. 당시 이의리는 선두 김주원과 박민우, 권희동 잇따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무사 만루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박건우, 양의지, 닉 마티니로 이어진 NC 클린업트리오를 잇따라 커브와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5일 광주 LG전을 앞두고 그날을 떠올리며 미소를 머금었다. “만루서 속이 탔죠. 저걸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나 이의리의 성장을 증명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다른 투수를 준비시켰지만, 1~2점을 줘도 된다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그런 위기관리도 경험이다”라고 했다.
만약 김 감독이 당시 이의리를 3회 도중에 교체했다면, 결과적으로 이의리는 아직도 10승에 도달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인내했고, 이의리는 실점하지 않고 넘어가면서 10승을 달성했다. 김 감독은 “의리가 기복이 심한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다. 이젠 본인이 위기를 만들어 놓고도 이겨낸다. 그러면서 성장했다. 이닝도 작년보다 많다. 내년에는 더 발전할 것 같다”라고 했다.
KIA는 좌완 영건이 넘친다. 내년에는 김기훈이 선발경쟁에 가세하고, 특급신인 윤영철도 온다. 잠재력을 갖춘 최지민도 있다. 확실한 건 이의리가 먼저 10승을 하며 더 많은 경험, 더 많은 고민을 안았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선 ‘포스트 양현종’에 가장 가까운 주자다.
[이의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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