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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형님 덕분에 최고의 스타가 됐습니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홈런(221홈런)을 기록하고 떠난 나지완. 그에게 가장 인상적인 홈런을 꼽아달라고 하자 의외의(?) 답이 나왔다. 2008년 데뷔 후 첫 홈런(6월29일 부산 롯데전)이었다. 그는 7일 은퇴식을 앞두고 “사직에서 조정훈의 공을 쳤는데,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이후 타이거즈 최다홈런 1위에 이름을 올렸던 순간을 꼽았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이 기억하는 나지완의 ‘인생 홈런’은 통산홈런에 포함되지 않은 한 방이다. 2009년 10월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끝내기홈런. KIA의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결정하는 ‘빅 홈런’이었다.
5-5 동점이던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볼카운트 2B2S서 채병용의 143km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중월 솔로포를 터트렸다. 약간 높게 형성된 공을 나지완이 잘 잡아당겼다. 나지완이 ‘만세’를 하며 그라운드를 돈 뒤 KIA 선수들과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은 역대 KBO리그 한국시리즈 마지막 순간 중에서도 베스트 장면으로 꼽힌다.
2009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KIA 김종국 감독과 투수코치로 지도자 2년차 시즌을 보낸 KT 이강철 감독도 그 순간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김 감독은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갖고 은퇴했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코치 첫 우승을 안겨줬다”라고 했다.
나지완 역시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는 “병용이 형은 올해 2군에서 SSG와 경기(SSG 2군 투수코치)를 할 때 봤다. 학교(신일고) 선배님이기도 하다. 친한 선배인데 고마운 분이다”라고 했다. 다만, 채병용 코치로선 마음 아팠던 순간이라 배려 차원에서 굳이 거론하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지완은 “형님 덕분에 최고의 스타가 됐습니다. 이제 떠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식사라도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채 코치는 나지완의 3년 선배이며, 2019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한편으로 나지완은 후배들이 자신의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홈런을 깨주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는 “KIA 선수라면 팬들의 사랑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처럼 애증의 선수가 되다 보면 역경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도 그걸 이겨내는 선수라면 KIA의 역사적 순간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후배가 많다. 빨리 내 홈런 기록을 깨길 바란다”라고 했다.
나지완은 그 후보로 황대인을 꼽았다. 황대인은 나지완을 잇는 타이거즈 우타 거포로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낸다. 마침 7일 광주 KT전서 결승 좌월 투런포를 터트리며 떠나는 선배에게 제대로 보답했다.
[나지완과 채병용의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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