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정규시즌 1위를 하면 우승한다고 하겠는데…”
대부분 선수에게 자신이 몸 담은 팀에 대한 향후 전망을 부탁하면 십중팔구 최대한 긍정적인, 희망적인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7일 은퇴식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KIA 나지완은 현실적이었다. 무작정 ‘한국시리즈 우승’을 얘기하지 않았다.
KIA는 7일 광주 KT전 승리로 2018년 이후 4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나지완에겐 최고의 선물이었다. 나지완 역시 경기 막판 대타로 한 타석을 소화하면서 타이거즈 팬들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러나 기쁨은 기쁨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나지완은 “우리가 1위를 하면 한국시리즈서 우승한다고 하겠는데, 와일드카드부터 겪어본 선수라면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 후배들이 그저 플레이오프까지만 가면 대견할 것 같다. KIA는 저력이 있는 팀이라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했다.
KIA는 5위를 확정, 12일부터 시작하는 와일드카드결정전에 나간다. 그러나 2015년 와일드카드결정전 도입 이후 이 시리즈를 거친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사례가 없었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역사를 돌아보면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사례도 많지 않다.
그만큼 하위 스테이지에서 치고 올라가야 하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쉽지 않다. 전력 차이를 떠나 체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경기력 격차를 무시할 수 없다. 정규시즌 후 푹 쉰 팀의 투수들은 구위부터 다르다.
KIA는 2021-2022 오프시즌에 양현종(4년 103억원)과 나성범(6년 150억원)을 253억원에 FA 계약하며 복귀시켰다. 4월 말에는 현금 10억원과 김태진, 신인 2라운드 지명권(충암고 포수 김동헌)을 희생하면서 포수 박동원을 영입했다. 세 명의 간판을 얻기 위해 무려 263억원을 썼다.
그러나 현실은 5위다. 4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충분히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만, 순위 다툼은 상대적이다. KIA의 성적은 70승72패1무다. 8일 KT와의 최종전을 이겨도 승률 5할이 안 된다. 절대적인 기준을 볼 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며 100% 만족하긴 어려운 승률이다. KIA가 ‘뉴 타이거즈’를 외치며 궁극적으로 제시한 목적지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KIA가 SSG, LG, KT보다 객관적 전력이 크게 부족한 건 아니다. 당장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이 불가능한 건 절대 아니다. 그러나 SSG, LG, KT보다 앞서는 전력이라고 보긴 어렵다. 7일 경기만 해도 ‘디테일’ 측면에서 몇 차례 아쉬운 순간이 있었다. 내야 땅볼에 부정확한 송구로 타자주자를 1루에 보내준 부분, 5회말 갑작스러운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주루사가 나온 부분 등이 대표적이다.
나지완도 이런 부분을 모를 리 없다. KIA는 나성범의 가세로 타선의 응집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양현종 복귀에 후반기에 외국인투수 션 놀린, 토마스 파노니의 맹활약으로 단기전에 대한 기대치를 올려놓은 건 맞다. 하지만, 나지완은 보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얘기를 어떻게 보면 한 것이다.
나지완은 향후 진로를 두고 “행정과 현장 50대 50”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도자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렇게 날카로운 시각이라면, 지도자든 행정가든 야구계에서 뭘 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지완. 사진 = 광주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