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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진 = 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21대 국회 세 번째 국정감사가 지난 4일 개막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여야 공수가 뒤바뀐 상황에서 치러지는 첫 국감이다.
국회가 매년 국정 전반에 대해 조사하는 국감은 국회의원이 송곳 질문이나 메가톤급 폭로, 눈에 띄는 퍼포먼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3~4년 동안의 국감에서는 여야 간 정쟁이 극심한 탓에 존재감을 보인 인물이 전무했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의 전문성이 강조되기보다는 여야 대립 구도 속에 정파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이번 국감에서도 윤 대통령 ‘외교 참사’ 논란과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문재인정부 에너지·대북정책 등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는 중이다. 최악의 ‘정쟁 국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8년 20대 국회 후반기 국감에선 몇몇 의원이 대형 이슈를 터뜨려 정부 정책의 변화까지 이끌었다. 당시 초선이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사립유치원 회계비리를 폭로해 단박에 스타가 됐다. 박 의원은 이후 비리를 막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법안은 2020년 국회를 통과했다.
같은 시기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행정안전위 국감에서 서울교통공사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임직원의 친인척을 대거 채용했다고 폭로했다. 공공기관 고용 세습, 채용 특혜 이슈에 불을 댕긴 것이다.
1998년 15대 국회에선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국감에서 휴대전화 불법 도감청 문제를 처음으로 꺼내 관심을 모았다. 2009년 18대 국회 국감에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의 비리 의혹을 파헤쳐 재수사를 촉구한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 여당 의원이면서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국가부채 문제를 지적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주목을 받았다.
원조 국감 스타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꼽힌다. 유신헌법으로 폐지됐던 국감이 부활한 1988년, 당시 국회에 처음 입성한 노무현 통일민주당 의원은 노동위 국감장에서 참담한 노동 현실을 질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이해찬·이상수 평화민주당 의원과 함께 ‘노동위 3총사’로 불렸다.
윤 대통령은 여주지청장이던 2013년 법제사법위의 서울고검 국감에 출석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큰 화제가 됐다.
퍼포먼스로 주목받은 의원들도 있었다.
2017년 당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법사위 국감장에 신문지를 들고나와 바닥에 깔고 직접 누웠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한 시민단체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노 의원은 다른 수용자들 평균 수용 면적인 0.3평이 얼마만큼인지를 실감 나게 보여주려고 신문지 위에 눕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박 전 대통령의 인권은 침해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2020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의 한국전력공사 국감에 안전모와 작업복을 착용하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류 의원은 “배선 노동자를 대신해 질의하고자 직접 의상을 입고 나왔다”면서 한전 하청업체의 배선 노동자들이 전자파 과다 노출로 감전사고와 화상, 근골격계 질환에 상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16년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감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학교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사유를 추궁하면서 ‘MS오피스를 왜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샀느냐’는 식으로 따졌다. 이에 조 교육감은 황당해하며 “MS오피스는 MS에서만 팔고 다른 데선 살 데가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대통령 탄핵을 거친 뒤 ‘적폐청산’ 기조 속에 열린 2017년 국감에선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거나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초·재선 의원이 없었다. 2019년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에선 ‘기승전 조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들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21대 국회 첫 국감이 열린 2020년 국감장도 민생 문제보다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과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 각종 의혹과 정치 현안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감은 대선을 앞둔 시기여서 여야 대선 후보에 대한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과 처가 의혹 때리기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정쟁에만 몰두하는 국감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당은 무조건 대통령 편을 들어주고 야당은 흠집 내기에만 매몰돼 민생과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실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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