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곰탈여우' 김태형 감독이 수장이 된 이후 이렇게 표정이 어두웠을 때가 있었나 싶다.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에 나서지 못하는 김태형 감독은 추운 가을을 보내고 있다.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앞서 두산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이른 시간부터 그라운드에 나와 선수들을 지도했다. 타자들의 상태를 점검한 뒤 외야로 이동해 투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지도하고 있었다.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이었던 김태형 감독이 두 손을 흔들며 멀리서 걸어오는 한 남자를 보고는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바로 유희관이었다. 백넘버 29번 현역 시절 유니폼을 입은 유희관을 본 김태형 감독은 오랜만에 밝은 표정을 지었다. 선수 때부터 유쾌했던 그는 김태형 감독을 웃게 만든 유일한 사람이었다. 고민이 많던 김태형 감독을 유쾌한 입담으로도 미소 짓게 만들었고 팀의 걱정거리를 함께 이야기하며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유희관은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만 입은 '원클럽맨'으로 두산에서만 281경기(1410이닝) 101승 69패, 평균자책점은 4.58을 기록한 선수다.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고, 두산 베어스 좌완 최초로 100승 고지에 오르며 두산 왕조 시절 '판타스틱 4'의 주축 멤버였다. 김태형 감독은 그런 그를 믿었고 유희관은 두산 투수들을 이끌었다.
두산이 어떤 팀인가.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후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KBO 기록을 썼던 팀이다. 두산 왕조라는 칭호를 얻으며 승승장구했고 그 기간 동안 3번의 우승, 4번의 준우승을 한 명실상부한 최강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그동안 두산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기업 상황으로 최근 몇 년간 핵심 선수들을 FA(자유계약 선수)로 줄줄이 떠나보냈다. 트레이드와 보상 선수로 화수분 야구를 펼치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해왔지만 한계에 부딪쳤다.
큰마음을 먹고 지갑을 열고 잔류 시켰던 김재환(4년 115억)과 정수빈(6년 56억)의 올 시즌 성적은 커리어 로우라 불릴 정도로 처참했다.
아무리 김태형 감독이라도 손쓸 방법은 없었다. 투타에 끊임없이 부상 선수가 나오는 악재까지 겹치며 올해는 한계에 다다랐다. 창단 첫 9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서 그런지 아직까지 김태형 감독의 재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김태형 감독은 자신의 재계약 문제보다 9위라는 성적에 대해 팬들에게 항상 미안해한다. "다른 걸 다 떠나,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7년 동안 잘 해왔지만, 9위라는 순위는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렇고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내년에는 이런 상황이 안 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며 실망한 팬들을 먼저 생각했다.
[오랜만에 김태형 감독을 웃게 만든 유희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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