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윤욱재 기자]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은퇴 경기에 나선 '빅보이' 이대호(40)가 프로 데뷔 21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와의 경기에서 8회초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롯데가 3-2로 앞설 때였다.
경기 전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이대호의 등판 가능성에 대해 "스페셜 이벤트가 있다"라고만 했을 뿐 등판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계획된 이벤트가 있었다. 이대호는 2001년 투수로 롯데에 입단했으나 타자로 전향하고 성공 시대를 열었다. 지금껏 프로 무대에서 단 한번도 등판한 적이 없었던 이대호는 자신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에 투수로 나서는 감격을 맛봤다.
LG도 이대호의 등판을 대비해 회심의 카드를 준비했다. 바로 마무리투수 고우석을 대타로 기용한 것이다. 류지현 LG 감독도 이날 경기에 앞서 "이대호가 투수로 나올 것을 대비해 우리도 최고의 투수를 대타로 내보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대호는 초구 127km 직구를 던졌고 2구째 129km 직구로 고우석의 파울을 유도했다. 3구는 128km 직구가 바깥쪽으로 빠져 볼로 판정됐다. 이대호가 던진 4구 역시 직구. 구속은 127km였고 고우석의 방망이도 움직였다. 중전 안타성 타구처럼 보였지만 이대호는 날쌘 움직임으로 땅볼을 직접 잡았고 1루로 던져 아웃을 잡았다.
이대호는 고우석과 포옹을 나눴고 서튼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해 직접 교체를 통보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역시 이대호와 서튼 감독의 포옹이었다. 롯데는 ⅓이닝을 던진 이대호에 이어 구승민을 마운드에 투입했다. 마침 이대호는 팀이 3-2로 앞설 때 마운드에 등장, 아웃카운트 1개를 잡으면서 홀드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것이 이대호가 남긴 마지막 전설이다.
[롯데 이대호가 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롯데 7회초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대타로 등장한 고우석을 향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 = 부산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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