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포항(경북) 유진형 기자] 울산현대는 17년 만의 리그 우승이 눈앞에 있었다. 종료 휘술이 불리기까지 단 11분이 남은 상황이었다.
울산은 전반 40분 바코가 엄원상의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앞서가고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20분 이청용을 빼고 원두재를 교체 투입하며 잠그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포항의 파상공세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후반 39분 울산 진영 왼쪽에서 포항 임상협이 수비를 제치고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고 이호재가 정확히 머리에 맞춰 골망을 흔들었다.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이 막기 위해 같이 뛰어올랐지만 이호재의 피지컬을 당해낼 수 없었다.
이호재의 동점골이 터지자 울산 홍명보 감독은 고개를 떨궜다. 포항 스틸러스는 안방에서 이렇게 자존심을 지켰다.
안방에서 동해안 더비의 라이벌 울산의 우승 세리머니를 볼 수 없다는 포항 선수들의 정신력은 놀라웠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경기 전 "울산 현대의 우승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바라지만 우리 홈에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라며 필승의 각오를 다졌고 선수들에게 "너희는 울산에 우승 내준 선수로 기록되고 싶으냐"라며 동기부여를 확실히 시켰다. 포항 선수들은 이 말에 자극받았고 90분 내내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울산의 덜미를 잡았다.
한편 동점골을 넣은 이호재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이자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기형의 아들이다. 이기형은 현역 시절 우측 풀백으로 홍명보 감독과 함께 국가대표 수비를 책임졌던 동료였다. 공격형 풀백으로 강력한 중거리슛이 일품이었고 '캐넌 슈터'로 불렸다.
홍명보 감독은 현역 시절 대표팀 동료의 아들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일단 우승 세리머니를 주말 강원전으로 미루게 됐다.
이날 경기서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울산은 여전히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2경기를 남겨두고 전북에 승점 6점 앞서있고 2경기 중 1경기만 비겨도 17년 만의 우승을 이뤄낼 수 있다.
[현역 시절 대표팀 동료 이기형의 아들 포항 이호재에게 후반 39분 동점골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는 울산 홍명보 감독. 사진 = 포항(경북)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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