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말 이승엽이 두산 사령탑으로 가는 것일까. 현실화되면 KBO 사령탑 역사의 변곡점이 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두산이 ‘국민타자’ 이승엽을 신임 감독 후보에 올렸다. 최우선순위라는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구단의 손도 떠난 상태다. 박정원 구단주의 최종 결정 및 재가만 남았다. 이승엽이 실제로 두산 감독이 되면 KBO리그 감독 역사의 변곡점으로 인식할 만하다.
KBO리그 40년 역사를 돌아보면 감독은 늘 스타가 도맡아왔다. 2010년대까지 그런 흐름이 강했다. 물론 그때까지 현역 시절에 야구를 그렇게 잘 하지 못한 선수라도 좋은 지도자가 된 케이스는 많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코치에 국한된 얘기였다.
KBO리그 감독=스타 공식이 깨진 사실상 최초의 사례가 2013년 넥센의 염경엽 감독 선임이다. 염 전 감독은 현역 시절 철저히 무명이었다. 대신 누구보다 두뇌가 비상했고, 현역 은퇴 후 운영팀장, 외국인 스카우트 담당, 수비코치 등 지도자와 프런트를 넘나들며 야구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키움 이장석 최대주주는 그런 염 전 감독의 역량을 간과하지 않았다. 염 전 감독을 시작으로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일 잘 하고 소통 능력 좋은 인사가 감독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키움은 이후에도 이 기조를 이어간다. 장정석 전 감독, 손혁 전 감독, 홍원기 현 감독 모두 특급스타는 아니었다. 이런 영향을 받아 롯데 이종운 전 감독, 허문회 전 감독, NC 이동욱 전 감독 등에 이어 삼성의 허삼영 전 감독 선임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승은 매년 한 팀만 하고,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훨씬 많이 나오는 게 프로스포츠 감독 세계다. 소통형, 실무형 감독 선임은 어떻게 보면 구단이 현장과의 파워게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목적이 투영됐다고 보는 게 마침맞다.
실제 허 전 감독의 경우 단순히 성적이 아닌 구단과 파열음을 내 중도에 사퇴한 대표적 케이스다. 현대야구의 트렌드가 감독의 제왕적 영향력을 줄이면서 프런트의 역량을 강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대다. 어쨌든 중요한 건 전문성과 소통이다.
이런 상황서 최근 감독 시장에선 다시 ‘빅 네임’에 주목하는 흐름도 읽힌다. 스타 출신 지도자라고 해서 소통이나 실무에 약한 것도 아니며, 못 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못 읽는 것도 아니다. ‘타이거즈 레전드 투수’ KT 이강철 감독의 성공이 대표적이다.
삼성이 박진만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에 선임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대행 역시 ‘국민 유격수’로서 대표적 스타 출신 지도자다. 그런 박 감독대행이 시즌 막판 지휘봉을 잡은 뒤 삼성 덕아웃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실제 삼성은 시즌 막판 승률을 끌어올리며 ‘하이 텐션’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렇다면 두산과 이승엽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두산 이승엽 감독’이 현실화되는 순간 감독 시장 트렌드 변화의 ‘최절정 변곡점’이라고 봐야 한다. 국민타자이자 레전드 오브 레전드다. 사실 ‘빅 네임’을 꺼리는 지난 몇 년간의 흐름에 의해 소외된 대표적 인사다.
두산이 이승엽을 신임감독 후보에 올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긴 하지만, 다양한 위치에서 야구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모습을 호평했을 가능성이 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를 보면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리더십이 있다.
빅 네임들이 다시 감독 시장에서 각광 받는 시대가 올까. 확실한 건 소통형 혹은 실무형이든 빅네임이든 감독은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은 그 과정조차 팬들에게 납득될 수 있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감독의 성공’은 쉽지 않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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