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포항(경북) 유진형 기자] 지난달 포항은 11호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으며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일 강수량 342.4mm가 쏟아졌고 포항의 홈구장 스틸야드는 물에 잠겼다. 그라운드는 물론 1층까지 잠겼고 기계실과 정비실은 침수되며 전기가 끊겼다.
스틸야드의 전기가 끊기면서 조명탑과 전광판을 사용할 수 없게 됐고, 결국 11일 '하나원큐 K리그1 2022' 36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경기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낮에 진행하게 되었다.
포항은 8대의 발전기를 돌리며 비상 전력을 구축했지만 대형 전광판까지 전력을 공급할 수 없었다. 임시 전광판을 가동하긴 했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긴 힘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양 팀 벤치는 그라운드에 뛰는 선수들에게 남은 시간과 정보를 육성으로 전달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선수들은 벤치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체력 안배를 하며 경기를 뛰었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전반 40분 울산 바코가 엄원상의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문을 흔들었다. 그런데 전광판이 꺼져있으니 반대쪽 울산 응원석의 팬들은 누가 어떻게 골을 넣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다. 잠시 머뭇거린 팬들은 울산 선수들이 뛰어가며 기뻐하자 반 박자 느리게 반응하며 기뻐했다. 전광판이 가동되지 않아 생긴 모습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에도 비슷한 모습이 있었다. 포항은 후반 39분 울산 진영 왼쪽에서 임상협이 수비를 제치고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고, 이호재가 정확히 머리에 맞춰 동점을 만들었다. 동점을 허용한 울산은 다시 앞서가기 위해 파상공세로 밀어붙였다. 정신없이 공격을 이어가던 중 대기심이 추가시간 4분을 알리는 판을 높게 들었다.
그러자 울산 벤치가 당황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는지 미처 파악을 못한듯 했다. 그라운드의 선수들에게 빨리 공격할 것을 주문했고 초초한 모습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결국 이날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고 포항은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축배를 들려던 울산의 우승을 막아내며 자존심을 지켰다. 포항은 수해 피해의 아픔이 남아있는 스틸야드에서 동해안 더비 라이벌 울산과 멋진 승부를 펼치며 홈 팬들에게 큰 기쁨을 줬다.
하지만 울산은 여전히 우승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2경기가 남은 현재 2위 전북에 승점 6점 앞서있어, 2경기 중 1경기만 비겨도 17년 만의 우승을 이뤄낼 수 있다.
[전기 공급 문제로 전광판이 꺼져있는 포항 스틸야드. 사진 = 포항(경북)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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