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유진형 기자] KIA 타이거즈의 4년 만의 가을야구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한 점차 팽팽하게 이어지던 8회 양 팀 감독의 투수 교체가 승부를 갈랐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은 정규리그와는 다른 투구 기용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감독의 지략 대결이 가을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13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도 양 팀 감독의 예상을 깬 투수 교체가 나왔다.
먼저 승부수를 던진 건 KT 이강철 감독이었다. 3-2 힘겹게 리드를 지켜가던 이강철 감독이 8회초 3일 전 선발 투수였던 벤자민을 구원 등판시켰다. 벤자민은 KIA의 4.5.6번 중심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잡으며 포효했고 이강철 감독의 승부수는 통했다.
그러자 8회말 KIA 김종국 감독은 이의리를 구원 등판시키며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구원투수 이의리는 흔들렸다. 볼넷을 3개나 내주면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황급히 서재응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장현식으로 교체했지만 KT 배정대에게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맞으며 승부는 순식간에 KT 쪽으로 넘어갔다. 결국 KIA는 2-6으로 패하며 4년 만의 가을야구를 이렇게 허무하게 마쳤다.
올 시즌 10승을 기록한 프로 2년 차 이의리는 뛰어난 구위를 가지고 있는 투수다. 그러나 첫 가을야구라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발투수 이의리'와 '구원투수 이의리'는 완전히 다른 투수라는 걸 알 수 있다.
지난해 데뷔한 이의리는 올 시즌까지 총 51경기 등판했다. 그중 50경기를 선발로만 등판했다. 유일한 구원 등판이 지난 7월 14일 LG와의 경기였다. 당시 구원투수 이의리는 1⅔이닝 동안 3점을 내주며 무너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김종국 감독은 이의리를 승부처에서 구원 등판 시켰다. 더 이상 실점을 하면 추격하기 어려워진다고 판단을 했지만 선발투수로만 뛰었던 투수가 구원 등판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선두타자 황재균을 상대할 때부터 이의리는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고 공을 뿌린 뒤 시즌 때와는 다른 행동들을 많이 보였다. 평소보다 어깨를 자주 털었고 마운드를 발로 고르며 불편한 모습이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KIA는 서재응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이의리를 다독거렸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그의 공은 평소와 달랐다. 결국 볼넷을 남발하며 2사 만루서 고개를 떨군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현대 야구는 투수의 보직이 세분화되어 있다. 과거 구원투수의 개념은 단지 선발투수에 이어 던지는 투수였지만 지금은 세밀한 테이터와 경기 상황에 따른 순간적인 판단으로 선수를 기용한다. 이런 판단이 한 경기의 승패를 좌우한다.
경기 후 김종국 감독은 "이의리가 올해 너무 잘해줘서 1이닝 정도는 막아줬으면 했다. 그러면 9회에 반격의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올렸는데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원투수 이의리의 결과는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었다.
승부의 세계에서 초보는 없다지만 초보 감독 김종국의 '선발투수의 구원 등판'이라는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갔고, 4년을 기다린 KIA 타이거즈의 가을야구는 하루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김종국 감독은 "선수들은 너무 열심히 했다. 더 과감한 결단을 내렸어야 했는데 감독이 미흡했다"라고 자책했고 "이번 포스트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시즌에는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히든카드 기대했던 '구원투수 이의리'의 실패. 사진 = 수원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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