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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작년 11월 1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북방포럼 개회식에서 영상으로 축사하고 있다. /KTV 유튜브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문재인 정부 신북방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비대면(화상)으로 초청한 뒤 10분 연설에 2억원 넘는 돈을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화상 참석인 데다 짧은 발표 시간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많은 액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정부 예산 지침상 사례비 지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혈세 낭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기획재정부·국회 등에 따르면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문 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제3차 북방포럼을 개최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을 화상 기조강연자로 초청했다. 이 포럼에는 유라시아 지역 14개국 중 3개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몽골)이 대면으로, 나머지 국가가 비대면으로 참석했다.
클린턴은 연설에서 “재임 시절(1993~2001년) 북한으로부터 방북 초청을 받았는데 대통령 임기가 6주밖에 남지 않았고, 중동 평화협정 체결 등의 이슈로 북한에 갈 시간을 낼 수 없었다”며 “너무 애석하다”고 했다. 또 그는 “나는 햇볕정책을 지지했고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굉장히 존경했다”고도 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이 행사 준비 비용으로 총 9억3930만원을 썼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지출 항목은 참석자 초청 비용(2억5378만원)이었는데, 약 81%인 2억520만원이 클린턴 한 사람에게 지급됐다. 당시 클린턴은 화상을 통해 10분 동안 연설했다. 1분당 2052만원씩 받은 셈이다. 발표에 이은 질의응답 시간까지 고려해도 클린턴은 1분당 700만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
문제는 우리나라 예산 지침이 사례비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점이다. ‘2021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경우 회의 참석자에 대한 사례비는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기조연설자·주제발표자·지정토론자 등에 한해 항공·숙박·식비 등의 경비만 지원할 수 있다. 클린턴은 미국에서 화상으로 연설했기 때문에 항공·숙박·식비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물론 ‘예외적으로 사전 자료 수집, 회의 안건 검토 등 별도의 용역을 제공하는 경우 회의 참석자에게 전문가 자문료 또는 국가업무 조력자 사례금을 줄 수 있다’는 지침 내용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이때도 지급 수준은 국제관례와 상호주의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클린턴에게 전문가 자문료나 국가업무 조력자 사례금 명목으로 돈을 줬다고 해도 2억원 넘는 금액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이 사실을 파악하고 기재부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위는 “클린턴의 회의 참석을 예외적 사례비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 별도 용역 제공으로 해석하기 어렵고, 화상으로 진행된 총 30분의 연설·질의응답에 2억원을 주는 것도 지급 수준 측면에서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재위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신북방 대상 국가에 미국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 전체 행사 비용의 21.8%를 미국 측 저명인사 초청에 투입한 건 사업 목적에 비춰 봐도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사라진 기구라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문재인 정부가 중앙아시아·러시아 등과 상호 무역·투자를 활성화하고 유라시아 지역으로 시장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추진한 신북방 정책의 지휘 본부였다. 문 전 대통령은 정권 출범 초반이던 2017년 8월 대통령 직속 기구(존속기한 5년)로 이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지난달 존속기한 만료로 폐지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 위원회를 포함해 부처별로 운영 중인 636개 정부위원회 중 246개를 통·폐합했다. 임상준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은 9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명박 정부에서 530개이던 정부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에서 558개로, 문재인 정부에서 637개로 늘어 대폭적인 정비가 필요해졌다”고 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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