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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흔히 포스트시즌에서 이기려면 "'미친 선수'가 등장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어쩌면 그것이 포스트시즌을 지켜보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기대치가 낮았던 선수가 한 순간에 '가을 영웅'으로 떠오르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지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록될 만한 '업셋'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샌디에이고가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을 2-1 승리로 장식하면서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리드, 이제 1승만 추가하면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이 가능하다.
다저스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111승을 거둔 리그 최강의 팀. 같은 지구에 소속된 샌디에이고는 다저스보다 22승이 적은 89승을 기록하면서 와일드카드 2위에 오른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양팀의 디비전시리즈 맞대결이 성사됐을 때 다저스의 일방적인 우위를 점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그 내용은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날 샌디에이고가 1-0으로 앞선 4회말 8번타자 트렌트 그리샴이 앤드류 히니의 93마일(150km) 빠른 공을 때려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는 모습은 사실 정규시즌 데이터라면 기대하기 힘든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리샴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389(18타수 7안타) 3홈런 5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사실 그리샴의 정규시즌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샌디에이고가 중견수 대안이 없어 그에게 152경기에 출전할 기회는 줬지만 그리샴은 타율 .184 17홈런 53타점으로 생애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하는 굴욕을 맛봤다. 출루율도 .284로 3할에 미치지도 못했다. 그리샴이 기록한 타율 .184는 메이저리그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최하위로 기록됐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샌디에이고의 아킬레스건으로 '중견수'가 여러 차례 지적되기도 했다.
그리샴은 팀에 2-0 리드를 안기는 귀중한 홈런을 터뜨리면서 팀 승리의 주역이 됐고 "마치 우리가 보험에 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 득점을 얻는 것만으로도 크게 느껴졌다"라고 홈런을 폭발한 순간을 회상했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도 "마음 같아서는 4번타자로 기용하고 싶지만 그는 자신의 타순에서 정말 잘 하고 있다"라고 칭찬할 정도.
앞으로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맞대결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으나 샌디에이고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타격 꼴찌' 타자의 대반란이 있다.
[트렌트 그리샴. 사진 = AFPBBNEWS]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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