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현재에 충실하고 과거는 빨리 잊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하고 잇습니다."
신하균은 18일 오후 마이데일리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극본 김정훈 오승현 연출 이준익) 관련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 이후(한지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 재현(신하균)이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를 마주한 다양한 군상을 통해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신하균은 극 중 아내의 죽음 뒤 공허한 삶을 이어가는 사이언스M 기자 재현으로 분했다. 그는 아내로부터 자신을 만나러 오라는 의문의 메일을 받고 그녀를 다시 마주하게 되지만 그 존재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인물. 복잡한 심리와 감정을 신하균은 특유의 흡인력 있는 연기로 매끄럽게 그려냈다.
이날 신하균은 '욘더' 시나리오의 첫인상에 대해 "익숙할 수도 있는데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이준익 감독님을 통해서 어떻게 구현될지 너무 궁금했다. 절반이 공개가 덜 됐지만 재현이 표현을 많이 하는 인물이 아니다. 절제된 표현 안에서 감정을 응축시키면서 끌고 나가는 부분이 나에게도 도전이고 어렵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신하균이 끌린 것 역시 재현이라는 인물보다는 '욘더'의 이야기라고. 그는 "재현보다 소재와 관심사, 죽음을 통해서 살아가는 것을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너무 맘에 들었다. 감독님이 1인칭 심리극이라고 하셨는데 배우로서 주연으로 그런 심리를 계속해서 끌고 가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게 감사했고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쭉 가져가야 할 감정 라인이 있고 수위가 있는데 재현은 이걸 넘치질 못해요. '괴물'처럼 뭔가 폭발하는 게 없습니다. 미세한 감정 표현으로 호흡 하나, 눈의 어떤 떨림 하나. 시선 아주 미세한 부분을 '뭘까, 저 사람의 심리는 뭘까'하고 보시는 분들이 따라가게 만드는 표현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선을 타는 게 어려웠어요. 슬프면 슬프고 화나면 화나는 걸 표현하면서 가면 조금 쉽지 않을까 싶은데. 이 안에서 응축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또 너무 안 하면 집중이 깨지니 그 선을 타는 게 어려웠습니다."
재현은 아내의 죽음 뒤 공허한 삶을 이어가고, '욘더'에서 다시 만난 아내로 인해 혼란스러움도 느낀다. 이처럼 신하균은 한 인물의 복잡한 심리와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그는 "순서를 아주 거꾸로 촬영했다. '욘더'에 가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도착을 해야 하는데 계절 상의 이유로 '욘더'를 먼저 촬영했다. 5부, 6부를 먼저 촬영해서 굉장히 어려웠다. 어느 정도 선까지 표현하고 어떤 인물로 보여줘야 하는지"고 토로했다.
이어 "'욘더'에서의 밝고 행복한 순간들을 먼저 찍고 나니까 역으로 '이걸 어떻게 다시 1부부터 끌고 가지' 싶었다. 감독님도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많으셨다. 그래서 득이 된 부분도 있고 조금 더 새롭게 표현된 부분도 있다. 큰 표현은 하지 않아도 미세하게 감정 변화를 보실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총 6부작인 '욘더'는 현재 3회까지 공개된 상태다. 1회는 35분, 2회는 30분, 3회는 34분으로 짧은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덕분에 '부담 없이 정주행 했다', '긴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미드폼 형식의 드라마 촬영과 그 결과물에 대해 신하균은 "회가 나뉘어서 공개돼서 그렇지 촬영 현장은 영화 현장 같았다 감독님도 그렇고 같이 했던 스태프도 그렇고. 또 항상 감독님과 같이 해온 스태프와 했다"며 "분량이 적어서 다른 드라마도 양이 적어서 그런지 굉장히 여유롭게 촬영을 했다. 결과물을 어떻다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보시는 분이 만족하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욘더'를 이야기하며 이준익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욘더'는 영화 '왕의 남자', '동주', '박열', '자산어보'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키며 시대극의 대가로 불리는 이준익 감독의 OTT 진출작이자 첫 번째 휴먼 멜로다.
신하균은 "굉장히 유쾌하신 분이고 현장에서 파이팅이 아주 넘치신다. 목소리도 크시고 달려 나오셔서 디렉션 주시고 뛰어들어가신다. 아닌 건 아니다, 맞는 건 맞다 답을 내려주신다. 그리고 함께 고민하는 지점이 많다. 계속 고민하신다"며 이준익 감독의 스타일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이런 장르, 이야기가 처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셨다. 현장에서 원래 대본에 없는 대사나 상황을 다음날 아침에 오셔서 제시해주시기도 했다. 계속 대화를 통해서 많이 물어보셔서 그게 너무 좋았다. 촬영 외 시간도 같이 음식을 해서 밥을 먹고 그런 시간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또 작업하고 싶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런 이준익 감독의 열정과 신하균의 호흡이 더해져 이후가 죽을 때의 장면이 대본과는 달리 현장에서 바뀌게 됐다. 본래 이후와 재현이 같이 천장을 보고 누워 담담하게 죽음을 맞아야 했지만, 재현이 등을 보인 채 이후와 얼굴을 맞대게 된 것.
신하균은 "감독님이 시연을 하셨는데 좀 이상해서 다들 반대를 했다. 넓게 풀샷을 볼 때는 그 장면이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데 이후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는 참관인이 있기 때문에 죽는 순간을 재현만이 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눈물이 날지는 몰랐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올라왔다. 감정적으로는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욘더'에서 눈물까진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미니멀하고 건조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물을 보니까 그 정도 표현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물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는데 그 눈물로 표현되는 부분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뒷부분에 한번 더 눈물을 흘려요. 딱 두 번인데 그 두 번이 적절하게 나온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신하균은 '욘더'가 멜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준익 감독과 그런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멜로라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 역시 없었다. 신하균에게 어떤 장르를 해야한다는 마음은 없었다.그가 신경 쓴 것은 감정의 한 부분이었다. 어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내가 해야하는게 뭔지만을 생각하며 연기했다. 어떤 작품이 다가와 인연을 맺을지 또한 아직 몰랐다.
재현의 눈물 속 죽음을 맞이한 이후는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로 떠난다. '욘더'로 떠난 이후의 선택을 신하균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 또한 이후와 같은 선택을 할까. 신하균은 "감독님과 삶과 죽음 이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지만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멜로도 있지만 부부간의 사랑 이야기는 거의 안 했다"며 답했다.
이어 "인간의 이기심 아닐까. 이후가 하는 대사 중에 '나는 내 기억을 믿는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사실 기억은 같은 상황도 다 다르지 않느냐. 굉장히 이기적인 대사라고 생각한다. 이후가 계속 오라고 하는 부분도 그렇다. 나라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하균은 사랑하는 사람이 '욘더'에 존재한다면 실제로 그곳에 가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선택했다. 자신이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본다면 그런 생각을 할 것 같고, 주변에 그런 슬픔이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랬다. 신하균은 재현 또한 기억으로 다시 만들어진 '욘더'의 이후에 대한 의심의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정작 그는 "그 기억과 내 기억이 같을 수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 같은 부분이 그렇게 많이 있을까. 만약 그게 다르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이번 작품은 신하균이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 신하균은 "나 정도 나이가 되면 한번쯤은 생각을 해본다. 죽음은 끝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변한 건 거의 없고 비슷하다.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해서 무언가를 막 그리는 것보다 죽음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가느냐,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를 고민하는 이야기라서"라며 "내가 살아가는 생각하고 비슷하다. 나는 그냥 지금 최선을 다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라는 주의다. 미래보다 현실에 충실하며 살고 있다. 죽음도 그렇게 맞이하지 않을까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렇듯 '욘더'는 죽음과 삶을 생각해볼 수 있는 현실에 맞닿아 있다. 이중 이후가 안락사를 통해 '욘더'로 떠나는 것은 보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이에 대해 신하균은 "처음 시작이 안락사로 시작되고 닥터K가 죽음도 자기 결정권에 속해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는 그 결정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레 답했다.
끝으로 아직 '욘더'를 보지 않은 예비 시청자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신하균은 "'보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보시고 색다른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만의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시고 생각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 = 티빙 제공]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