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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오윤주 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이 자폐아의 부모로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19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웹툰 작가 겸 유튜버 주호민이 출연했다.
최근 유쾌한 유튜브 영상으로 사랑 받고 있는 주호민은 "웹툰 연재 안 한지 만 2년이 조금 넘었다. 아직 놓진 않았고 언젠가는 그릴 거다. (유튜브를 하니) 만화를 그리는 게 너무 힘들어지더라"라며 웃었다.
그는 인기 비결로 '반전 매력'을 들며 "진지한 만화들을 주로 그려서 성격이 '엄근진'일 거라고 생각하셨던 거 같다. 수치심 없이 까불고 되지도 않는 소리 하는 게 재미있어 보였나 보다. 40대 접어들면 철없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쉽지 않지 않나. 평소에는 또 얌전한데 이말년 옆에서만 그렇다"고 웃었다.
주호민은 뜻밖의 재벌설(?)도 해명했다. 그가 그렸던 만화 '신과 함께'가 성공을 거두고, 영화화되며 '쌍천만영화'라는 대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주호민은 "그렇게 (수익이) 극적이지는 않다"라며 "2013년에 만화 유료화를 시작했는데 그때 욕을 되게 많이 먹었다. 정산이 딱 되고 한 달 결제 액수를 봤는데 세 달 동안 만화를 그려야 벌 수 있는 액수였다. 마침 그달에 첫째가 태어나서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주호민은 2013년생, 2016년생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첫째가 자폐 판정을 받은 것이 알려져 네티즌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신과 함께'가 대박나던 시기가 첫째의 자폐 판정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털어놨다.
"아이가 네 살쯤 됐을 때 자폐 판정을 받았다. 딱 그 시기에 '신과 함께'가 엄청 터졌다. 밖에 나가면 축하가 쏟아졌지만 집에 들어가면 아내와 둘이 앉아서 '우리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곤 했다. 감정의 파도가 커서 힘든 시기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순간에 인간 주호민이 쓰러지고 비로소 아빠 주호민이 일어났다"는 그는 "아이가 자폐가 있다는 얘기를 방송에서 안 했었다. 이유는 '굳이'였다. 어느 순간 아내가 '오빠는 왜 방송에서 둘째 얘기만 해?' 그러는 거다. 뒤돌아보니 실제로 그렇더라. 너무 부끄럽고 왜 숨기고 있지 싶었다. 라디오에서 아이 얘기를 하니까 많이 이해해주시고 본인 경험도 공유를 많이 해주셨다. 힘이 많이 됐고 왜 진작 말 안 했는지 후회도 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선재(첫째)는 너무 밝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표현이 서툰 아이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고 항상 안아주고 싶은 친구"라며 "선재가 태어났을 때 육아 만화를 그렸었다. 자폐 아동을 키우면서 아빠로서 들었던 생각이 쌓여있으니 그때 기록하지 않으면 완전히 휘발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부모에게 의미 있는 만화가 되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최근 화제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주호민은 "너무 재밌게 봤다.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이해를 도운 좋은 드라마였다"라면서도 "다만 주변인들이 너무 친절한 천사밖에 없었다. 나에겐 판타지처럼 느껴졌지만, 시청자들에게 '장애인 주변 사람의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건 참 좋았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장애아의 아버지로서 힘든 점도 많았을터. 주호민은 "(자폐아) 모두가 특출난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가끔 선재한테 '얘는 뭘 잘해요?'라고 물어보는데 사실 누구한테 물어도 실례인 질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장애아의 아빠가 되는 게 그냥 아빠가 되는 것보다 더 생각이 많아진다. 자폐 판정을 받았던 날 아내가 많이 울었다. 나는 밤에 불을 꺼놓고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아이가 잠을 안 자고 장난을 쳐서 땀이 나게 놀았다. 재우고 다시 멍하니 앉아 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이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어른이 되어서도 지켜줘야 할 텐데. 운동부터 해야겠다 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아이는 계속 힘이 세질 테니까"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주호민은 방송 말미 첫째 아들에게 영상편지를 남겨 감동을 더했다.
"선재야. 아빠야. 학교 다니느라 힘들지? 원래 힘들어 학교는, 아빠도 힘들었어. 재밌지 그래도 친구들 만나면? 엄마랑 아빠랑 선율이랑 선재는 항상 같이 다니면서 재밌는 것도 많이 보고 맛있는 것 먹고 그러면서 살 거야. 선율이한테 잘해주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 아빠 일찍 올게, 안녕."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캡처]
오윤주 기자 sop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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