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1회 빼놓고는 모두 애매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2001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역할을 한 내야수였다.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3루수로 뛰다 삼성 박진만 감독의 타구에 ‘알까기’를 했다. 두산의 패배에 치명적 영향을 미쳤다.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 막판 21년전 그날을 떠올리며 “다시는 못 나갈 줄 알았다”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김인식 감독은 특유의 ‘믿음’으로 홍 감독을 계속 중용했다. 그러자 홍 감독은 2~4차전서 잇따라 홈런을 터트리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21년이 흐른 2022년 준플레이오프. 심지어 1승1패로 맞선 19일 3차전. 키움 2년차 내야수 신준우가 1회부터 3회까지 3이닝 동안 무려 세 차례나 포구 실책을 범했다. 그나마 타선이 1회부터 터지면서 크게 티 나지 않았다. 만약 키움이 3차전서 졌다면 신준우는 마음의 빚을 크게 질 뻔했다.
그래도 홍 감독은 신준우의 멘탈이 상할 것을 우려했다. 정말 자연스럽게 교체했다. 마침 4회초에 무사 2루 찬스를 잡았고, 신준우 타석이 돌아왔다. 그러자 홍 감독은 신준우를 빼고 김웅빈을 넣어 공세를 이어갔다.
사실 3회 앤서니 알포드 타구에 세 번째 실책을 범했을 때 바로 교체할 수도 있었다. 이미 수비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감독은 한 템포 더 참았다. 그리고 신준우는 계속된 1사 만루서 김민혁의 2루 땅볼 때 2루 커버를 들어가 4-6-3 더블플레이를 완성하며 직접 이닝을 끝냈다. 상했던 기분을 약간 올린 순간이었다.
홍 감독은 “1회 타구 빼놓고 나머지 두 개의 타구는 애매했다. 오랜만에 밖에서 경기하고 추워서 어린 선수가 긴장한 듯하다. 그런 것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느낀 점도 있을 것이고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경험상 그 상황서 빼면 선수도 위축된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 이닝까지는 깔끔하게 끝내는 게 제일 좋은 그림이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의 의도대로 풀렸다.
이제 신준우가 20일 4차전서 결정적 한 방을 치면서 키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면 21년 전 ‘두산 3루수 홍원기’를 재현하는 것이다. 홍 감독이 정말 21년 전 자신을 떠올렸다면 20일 4차전서도 신준우를 선발 유격수로 투입할 것이다. 한편으로 이날 사건을 계기로 신준우의 무게감, 장래성을 확인해볼 수 있다.
[신준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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