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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김연경 선수 때문에 힘이 쭉쭉 빠진다. 김연경이 없으면 뭐든 해보겠는데 혼자 해결을 해버리니 방법이 없었다"
17살의 김연경을 성인 국가대표로 첫 발탁하고 2012 런던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함께 이뤄냈던 김형실 감독이 김연경을 보고 혀를 내두드리며 허탈해했다. 누구보다 김연경을 잘 알고 있는 감독이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흥국생명 김연경은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된 페퍼저축은행과의 2022-23시즌 V리그 홈 개막전에서 세트 스코어 3-0(25-16, 25-16, 25-16)으로 승리하며 국내 복귀전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이날 김연경은 양 팀 최다인 18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무려 71.43%였다. 코트를 완전히 지배했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완벽한 모습이었다.
경기 후 상대팀 감독이 김연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다. 단순히 경기를 잘해서만 이 아니다.
1세트 김연경은 뒤에서 안정적인 리시브로 팀을 이끌었고 본인은 단 네 차례만 공격을 시도했다. 그리고 네 번의 공격 모두 성공시켰다. 몸이 풀린 김연경은 2세트부터 폭발하기 시작했다. 4연속 득점 포함 혼자서 8점을 기록하며 2세트까지 승리로 이끌었다. 3세트에서도 결정적일 때마다 공격을 성공시키며 6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김연경의 존재는 코트 안에서보다 밖에서 더 빛났다. 흥국생명 권순찬 감독이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그런데 감독이 한발 뒤로 물러서 있있다. 그러자 김연경이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하며 화이팅을 불어 넣었다. 권순찬 감독은 이런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렇듯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선수 그 이상의 존재였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리더십으로 어린 선수들이 몰라보게 성장했고, 팀 전력은 향상됐다. 그녀는 작전타임 때면 실수한 동료를 다독였고 코트 안에서는 해결사로 활약했다. 페퍼저축은행의 거센 추격을 받을 때면 직선적이고 솔직한 말로 팀을 자극했고 선수들은 이런 김연경을 믿고 따랐다. 그 결과 올 시즌 첫 경기부터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김연경은 지난 2021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월드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여자 배구 선수였다. 이날 경기는 그녀가 왜 세계 최고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그녀는 뛰어난 실력의 선수일 뿐 아니라 팀을 이끄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단 한 경기만에 보여준 김연경의 영향력에 양 팀 감독 모두 혀를 내두르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경기 후 김연경은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6위를 했다. 앞으로는 올라갈 일만 남아서 기대가 된다. 저에게도 도전이다"라며 올 시즌 2년 만에 돌아온 V리그에서의 포부를 밝혔다.
[김연경의 남다른 가치.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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