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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화성 유진형 기자] KGC인삼공사 고희진 감독이 지난 26일 경기도 화성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도드람 2022-23시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3세트 중반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앳된 신인 세터를 과감히 투입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프로 데뷔를 한 박은지는 빠르고 과감한 토스로 4세트를 역전시켰고 5세트까지 풀타임으로 뛰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 선수가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당돌했다.
고희진 감독은 경기 후 신인 박은지를 투입한 이유를 "염혜선은 패턴이 오래되지 않았나, 상대가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고희진 감독은 KGC인삼공사 감독으로 부임 후 그동안 기회가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신인이라도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고, 첫 경기부터 자신이 했던 말을 직접 보여줬다.
아무리 패턴이 읽혔다고 해도 KGC인삼공사의 세터는 다른 선수도 아닌 현역 국가대표 주전 세터 염혜선이다. 하물며 교체 투입된 순간도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특히 베테랑도 긴장될 수밖에 없는 5세트에서의 활약은 대단했다. 언니들을 당황시킬 만큼 과감하고 당돌했다. 8개의 토스를 정확히 동료들에게 전달했고 블로킹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한편 학창 시절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박은지는 배구선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연년생 언니 박은서(페퍼저축은행)와 함께 배구를 시작했다. 언니 박은서와 함께 추계초, 일신여중, 일신여상에서 함께 배구를 했고 박은지는 세터로 성장했다. 고등학교 때는 연령별 국가대표를 지냈고 대통령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에서 일신여상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올 시즌 신인 최대어로 떠올랐다.
하지만 프로는 학생 배구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박은지는 지난 9월 신인드래프트서 KGC인삼공사의 지명을 받고 7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몰라보게 성장했다. 박은지 성장의 배경에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KGC인삼공사 세터 코치로 부임한 이숙자 코치의 존재가 컸다.
이숙자 코치는 현역 시절 이효희 코치, 김사니와 '세터 트로이카' 체제를 이루며 대한민국 세터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고의 세터였다. 2006-07시즌 현대건설의 준우승을 이끌었고 이후 GS칼텍스로 이적해 팀의 첫 우승을 선물했다. 그리고 2012 런던 올림픽 때는 4강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박은지는 이런 이숙자 코치 밑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미래가 더 기대가 되는 선수다. 국가대표 세터 염혜선도 박은지의 활약에 깜짝 놀라며 긴장했다.
여기서 우리는 고희진 감독의 말에 주목해야 한다. 고희진 감독은 "주전은 정해지지 않았다. 훈련과정에서 좋았던 선수는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다. 실력대로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다"라며 국가대표라도 안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경력과 명성이 아니라 오직 실력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렇게 19살 앳된 소녀는 팀 주전 세터 경쟁에 불을 붙였다.
[프로 데뷔 경기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침착했던 박은지. 사진 = 화성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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