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왜 이런 선수를 올해 1군에서 71경기에만 썼을까.
키움이 3-4로 뒤진 7회말 2사 1루. 홍원기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서 맹활약하는 이용규를 빼고 대타 임지열을 투입했다. 장타 한 방으로 27일 플레이오프 3차전 흐름을 바꿔 달라는 의도. 실제 임지열은 스윙 한 번으로 게임체인저가 됐다.
LG 이정용의 초구 145km 패스트볼을 공략, 좌중간 담장 밖으로 보냈다. 방망이에 맞자마자 누구나 홈런을 예감했다. 타구는 투수친화적인 고척스카이돔에서도 가장 깊숙한 지점에 떨어졌다. 홍 감독의 의중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알고 보면 임지열은 사연이 있는 선수다. 2014년 2차 2라운드 22순위로 입단했다. 그러나 9년차에 1군 경험은 단 71경기다. 그나마 올해 40경기가 한 시즌 최다 1군 경기 출전이다. 131타수 36안타 타율 0.275 1홈런 15타점 16득점.
일발장타력이 있는 선수로 알려졌지만, 8월13일 대전 한화전서 생애 첫 홈런을 솔로포로 장식했다. 이 팀의 사령탑들은 전통적으로 조금이라도 싹수가 보이는 젊은 선수를 1군에서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편이다. 그만큼 임지열은 잠재력을 터트리는데 애를 먹었다.
선수출신 한화 임주택 운영팀 퓨처스 파트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들은 2016년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을 2018년 11월에 뒤늦게 자진신고 했다. 한 마디로 키움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올해로 9년차. 연봉은 고작 3200만원. 그러나 극적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승선하더니 홈런을 벌써 두 방이나 쳤다. 정규시즌 통산 71경기 1홈런타자가 포스트시즌 통산 6경기서 2홈런을 기록 중이다. 16일 KT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8회 김재윤 상대 우월 쐐기 투런포도 강렬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6경기서 9타수 3안타 타율 0.333 2홈런 4타점 3득점. 영양가는 그 어떤 주축 타자보다 높다. 우선 본인이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고, 키움과 홍 감독도 그런 임지열의 모습을 좋게 평가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강한 투수가 강한 공을 던지는, 심지어 리그 최강 LG 불펜을 상대로 반전의 한 방을 터트리는 건 승부사 기질이 엄청나다는 의미다.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탄생하려면 미친 선수, 미친 팀이 나와야 한다. 키움은 전력상 KT, LG에 크게 밀리지만, 예상을 뒤엎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 남겨뒀다. 그 과정에서 임지열이 KT, LG에 내상을 안기며 가을 드라마의 클라이막스로 향한다. 당장 벼랑 끝에 선 LG도 4차전서 임지열의 등장 타이밍을 계산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임지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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