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야! 오늘만 야구하는 거 아니잖아. 내일도 야구해야 하잖아. 할 수 있어"
키움은 팽팽하게 이어오던 한국시리즈 3차전 9회초 SSG에게 빅이닝을 내주며 급격히 분위기가 떨어졌다. 이때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오던 이정후가 큰 소리로 흔들리던 동료들을 깨운 말이다.
이정후는 야구만 잘하는 게 아니게 아니라 동료들을 어우르고 끌고 가는 키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보통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이끄는 역할은 테랑 선수들이 한다. 하지만 그는 24살의 나이로 흔들리는 동료들의 멘탈까지 잡아주는 선수가 되어 있었다.
지난 한국시리즈 3차전 키움은 1-0으로 앞서가던 8회 SSG 라가레스에게 역전 투런포를 허용했고, 9회에는 SSG 김강민, 최정, 한유섬, 박성한에게 적시타를 맞고 6실점하며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키움 내야진들은 집중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연속 실책을 범했고 고개를 떨궜다. 힘겹게 9회초 수비를 마친 키움 선수들은 더그아웃으로 힘없이 들어갔다. 중견수다 보니 가장 늦게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던 이정후는 동료들의 축 진 어깨를 보며 뒤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24살의 선수가 선후배 앞에서 이렇게 큰소리로 쓴소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정후는 큰 경기에서 분위기 싸움에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시리즈 내내 힘들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꾸려 한 것이다.
이정후의 쓴소리는 바로 효과를 봤다. 이미 승부의 추는 기울었지만 4차전을 위해서 3차전 9회말 마지막 공격이 중요했다. 키움은 이용규의 볼넷과 송성문의 2루타, 김준완의 1루 땅볼을 묶어 1점을 만회하며 4차전 반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4차전에서 키움은 11안타를 터트리며 타선이 폭발했다. 선발투수 이승호도 4이닝 1실점 깜짝 호투로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모두의 예상을 깬 키움의 승리였다.
한국시리즈처럼 큰 경기에서는 싸울 수 있는 상황이면 끝까지 부딪쳐서 싸워야 한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말고 초반부터 분위기를 가져와야 한다. 이정후의 한마디가 키움의 투쟁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제 양 팀은 시리즈 전적 2승 2패 원점으로 돌아갔다. 키움은 1차전에서 핏빛 투혼을 펼쳤던 키움 안우진이 5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하고 SSG는 KBO 최고의 투수 김광현이 등판한다. 1차전에 이어 재대결이다.
역대 2승 2패로 맞선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한 팀의 우승 확률은 80%다. 절대적인 승률 80%를 차지하려는 양 팀의 맞대결이 오늘 오후 6시 30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다.
[흔들리던 키움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이정후.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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