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LG는 올해 FA 시장에서 내부 단속에 실패했다. 오랜 기간 동안 LG의 안방을 지켰던 유강남(30)은 4년 총액 80억원에 롯데로 갔고 4번타자로 자리매김한 채은성(32)은 6년 총액 90억원에 한화로 향했다.
유강남의 공백이야 FA 시장에서 4년 총액 65억원에 영입한 박동원(32)으로 메웠지만 채은성의 공백은 아직 메우지 못한 상태다.
채은성이 떠난 1루수 자리는 누가 채울까. 염경엽 LG 감독이 구상한 후보는 외국인타자, 송찬의, 그리고 이재원. 아무래도 이재원의 이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원은 올해 1군 무대에서 홈런 13개를 터뜨린 거포 유망주로 올 시즌 종료 후 상무에 지원하면서 군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런데 사령탑이 바뀌고 채은성이 LG를 떠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염경엽 감독은 LG에 오자마자 이재원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다. 지난달 초 마무리캠프에 첫 합류한 염경엽 감독은 "이재원을 박병호처럼 4번타자로 만들고 싶었는데 군대에 간다고 하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에 채은성까지 LG를 떠나자 LG는 계획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새 외국인타자의 성공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심타선에 들어갈 만한 토종 거포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LG는 이재원의 군 입대를 미루기로 했다. 올해 22홀드를 남긴 필승조 이정용도 군 입대 대신 LG에서 뛰기로 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지난달 29일 "이정용과 이재원이 입대를 미루고 내년에도 뛰기로 결정하고 상무 지원을 철회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정용은 이미 필승조로서 자리를 잡은 선수이지만 이재원은 아직 미완의 거포라 할 수 있다. 올해 85경기에 나온 이재원은 홈런 13방에 타점도 43개를 수확했으나 타율은 .224에 머물렀다. 그래도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마크한 것은 고무적. 차명석 단장은 "멀리 치는 것으로만 따지면 이재원과 박병호는 S급"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만큼 엄청난 파워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LG는 과거 거포 유망주 박병호를 육성하지 못한 아픔이 있다. 끝내 LG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 박병호를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했지만 박병호는 LG를 떠나고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성장했다. 마침 박병호의 전성기와 함께 했던 사령탑은 염경엽 감독이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박병호의 성장을 지켜본 염경엽 감독은 이재원에게서 '박병호의 향기'를 느꼈다. 이제 이재원이 군 입대를 미루고 팀에 잔류함에 따라 '박병호 같은 4번타자'로 키우기 위한 첫 걸음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거포타자 육성은 LG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LG의 숙원이 풀린다면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우승에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LG는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1승 3패로 밀리고 패퇴했다. 시리즈 기간 동안 LG의 팀 홈런 개수는 단 1개. 유일하게 홈런을 때린 채은성은 이제 LG 선수가 아니다. LG가 우승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큰 경기에서도 대포를 터뜨릴 수 있는 힘 있는 타자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염경엽 감독은 '첫 눈에 반한' 이재원을 '제 2의 박병호'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이재원.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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