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1년만의 탈 LG효과를 누릴까.
야구계에 ‘탈 LG효과’라는 말이 있다. LG에서 터지지 않던 선수가 FA, 트레이드 등으로 타 구단에 가면 터지는 걸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이며 임팩트가 큰 케이스가 2012년 박병호다. 2005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뒤 2011년 전반기까지 터지지 않았다.
2011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 직전에 넥센 유니폼을 입은 뒤 홈런왕으로 거듭난 스토리는 유명하다. 2011시즌을 타율 0.254 13홈런 31타점으로 마쳤다. 그러나 2012시즌에 133경기서 타율 0.290 31홈런 105타점으로 생애 첫 홈런왕을 거머쥐었다.
이후 박병호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거듭난 끝에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LG로선 속 쓰린 일이었지만, 키움은 박병호를 앞세워 타격의 팀으로 거듭났다. 구단 트레이드 역사상 최고 성공 사례다.
키움은 박병호와의 인연을 2021시즌을 끝으로 정리했다. 2021시즌 전반기 이후 LG와 서건창과 정찬헌을 1대1로 교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새로운 팀에 큰 도움이 된 건 아니었다. 키움은 2022-2023 FA 시장에 나간 정찬헌과 제대로 협상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키움은 이번 FA 시장에서 또 한 명의 LG 출신 선수와 인연을 맺었다. 주인공은 퓨처스 FA 외야수 이형종. 이형종은 올 시즌 26경기서 타율 0.264 7타점 3득점에 그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 외야에 FA 박해민이 입단했다. 김현수와 홍창기가 건재하고, 이재원과 문성주가 급성장했다. LG에서 이형종의 자리는 없었다.
키움은 그런 이형종을 4년 20억원 계약으로 영입했다. 계약 첫 시즌 연봉은 직전 시즌 연봉의 100%를 넘을 수 없는 규정에 따라 그대로 1억2000만원. 그러나 잔여 3년간 연봉을 대폭 상승해 자존심을 세워줬다. 잠실에서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쳤고, 풀타임으로 편안하게 뛰면 폭발할 것이라는 내부의 기대가 크다. 힘 있는 오른손 외야수의 존재감은 두 말할 게 없다.
키움은 이정후 외에 확실한 주전 외야수가 없다. 이형종에겐 기회의 땅이며, 동기부여가 될 수밖에 없다. 돈도 돈이지만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팀을 원했다. 내년에 이형종이 맹활약하면, 키움은 또 하나의 탈 LG 효과를 누릴 발판을 마련한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계약기간 내내 성적을 뽑아봐야 한다.
그러나 LG가 이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 LG에는 현재 키움 출신 서건창과 김민성이 있다. 서건창의 트레이드 상대 정찬헌은 FA를 선언하면서 내년에 키움에서 뛰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서건창은 2년 연속 FA 신청을 포기했다. 정찬헌이 이대로 팀을 옮기고 서건창이 내년에 LG에서 터지면 이 트레이드의 승자는 LG다. 나아가 내년에 서건창과 김민성이 동시에 제 몫을 하면 탈 LG 효과를 의식할 필요도 없어진다.
[이형종. 사진 = 키움 히어로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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