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추신수의 71억원 계약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추신수가 SSG와 17억원에 2023시즌 연봉계약을 마쳤다. 애당초 현역 연장이 유력했고, 5일 공식 발표됐다. 2021년과 2022년에 27억원, 2023년 17억원까지 총 71억원을 수령한다. 어지간한 KBO리그 선수가 3년간 벌기 힘든 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추신수가 돈만 쫓아 여기까지 달려온 건 아니다. 71억원에 담긴 진정한 가치는 따로 있다. 결국 지난 2년간 나 아닌 우리의 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기본적으로 야구는 개인스포츠다. 9이닝 내내 투수와 타자의 1대1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 기록 하나, 하나가 모이고 모여 개인성적이 나오고 선수의 가치, 몸값에 직결된다.
그러나 야구에는 희생이 있고, 팀이 있다. 개인성적이 빛나도 팀이 빛나지 못하면 개인의 가치도 떨어지게 돼 있다. 추신수는 SSG의 압도적 페이롤 1위를 감안, 자신의 연봉을 절반 가까이 깎는데 합의했다. 후배들이 좀 더 많은 연봉을 받길 바랐다는 후문이다.
추신수는 올해 112경기서 타율 0.259 16홈런 58타점 77득점 15도루 출루율 0.382 장타율 0.430 득점권타율 0.299를 기록했다. 출루율 7위이자 팀 내 2위였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순출루율 0.123으로 1위였다.
전체 볼륨을 생각하면 리그 최상위급과 거리는 있다. 그러나 자신의 특장점을 생각할 때 이렇게 연봉이 많이 깎일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추신수는 자신보다 후배들을 위했다. SSG는 FA 계약자가 많지만,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비 FA 선수들의 연봉인상요인도 많다. 추신수는 그 선수들을 배려한 것이다.
추신수는 SSG에 입단하자마자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먼저 적극적으로 후배들에게 다가가며 자연스럽게 케미스트리를 다졌다. 야구는 개인스포츠지만 팀으로 뭉칠 때 더 강해지는 걸 메이저리그 16년 생활을 통해 깨닫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메이저리거 시절에도 마이너리거들에게 금전 지원을 했던 것처럼, SSG에서도 2군 선수들을 위해 수시로 각종 장비를 제공하는 등 따뜻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2군 선수들이 더 잘 돼야 SSG가 강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번 선수라고 해도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 SSG는 올해 대다수 주축 선수의 출루율이 좋은 편이었다. 이 역시 추신수 영향이 있었다는 게 내부의 분석이다. 선수들의 출근 시간이 더 빨라졌으며,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는 루틴이 팀의 문화가 됐다. 즉, 추신수가 2년간 찍어온 수치만으로 SSG에 보탬이 된 게 아니라, SSG의 문화를 바꿨다고 봐야 한다. 그 무형의 힘이, 단순히 올해 통합우승보다 더 크다. 우승은 올해로 끝났지만, SSG의 문화는 10년, 20년 넘게 지속되기 때문이다.
또한, 추신수는 KBO리그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불편한 점들을 가감없이 밝히면서, 실제로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잠실구장의 원정 라커룸 공사도 그렇게 시작됐다. 정작 본인은 예전 선배들의 외침에 자신이 한 마디를 덧붙인 것이라고 했지만, 영향력 높은 선수의 직언이 KBO리그의 환경을 바꾸는데 일조한 건 확실하다. SSG도 올해 랜더스필드를 대대적으로 보수하면서 원정라커룸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렇듯 추신수의 KBO리그 진출, SSG행은 단순히 SSG라는 팀에 자신의 몸만 얹어 놓은 게 아니다. SSG와 KBO리그를 바꿨다. 고참의 힘, 기둥의 힘이 이런 것이라고 보여줬다. SSG로선 그런 추신수가 1년을 더 하겠다고 하니, 오히려 연봉 10억원을 깎은 게 미안할 듯하다.
[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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