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런던 유주 정 통신원]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모로코 대표팀이 16강전에서 스페인을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이날 승리는 모로코인들에겐 단순히 축구 승리 이상의 의미로 값졌다. 스페인은 19~20세기에 걸쳐 모로코 일부 지역을 식민지배한 바 있다.
현지시간 6일 모로코와 스페인의 16강전은 연장전을 지나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결과는 3대0, 모로코의 완승이었다. 모로코 선수들은 엄청난 선방을 보여준 골키퍼 야신 보노를 헹가래치며 환호했다.
이날 많은 해외 매체들은 모로코와 스페인의 맞대결 소식을 다루며 모로코와 스페인의 역사와 외교 관계를 언급했다. 그런가 하면 많은 한국 축구팬들은 이 경기를 ‘아프리카판 한일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잘 알려져 있듯 스페인은 19세기 정복 전쟁 과정에서 모로코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여러 지역 점령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모로코는 치열한 전쟁을 치렀고, 스페인에 전쟁 배상금까지 내준 뒤 북쪽 일부 지역을 점령당했다. 당시 모로코가 스페인과 반강제적으로 맺은 불평등 조약은 많은 부분에서 20세기 초반 한일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20세기 들어 이들 지역은 대부분 독립을 선포했지만, 여전히 스페인은 항구 등 모로코의 주요 국가기반시설을 소유하고 있다. 두 나라는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고, 서사하라 등의 지역을 두고선 여전히 영토 분쟁도 벌어지고 있다. 스페인에 살고 있는 모로코계 시민들은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시달리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엔 북아프리카 난민 문제까지 겹치면서 현지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지난 6월엔 모로코 영토에서 스페인령 멜릴랴 지역으로 넘어가려던 이민자 18명이 무더기로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멜릴랴 국경에 쳐진 펜스를 넘어가려다 추락사하거나 압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갈등은 축구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엔 스페인 국가대표 공격수 무니르 엘 하다디가 모로코 대표팀으로 적을 옮기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니르는 스페인에서 태어나 자란 모로코계로, 스페인 U-19팀과 U-21팀을 거쳐 성인 대표팀까지 차곡차곡 코스를 밟아 온 상황이었다.
한편 모로코의 다음 상대는 포르투갈이다. 포르투갈은 16강전에서 스위스를 6대1로 격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양팀은 한국시간 오는 11일 0시 맞대결을 치른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유주정 통신원 yuzuj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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