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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오른 어깨에 시뻘건 부항 자국이 선명했다. 그래도 때리고 또 때렸다.
모든 배구 선수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뛴다. 경기를 못 뛸 정도의 치명적인 부상이 아니라면 참고 코트에 나선다. '배구여제' 김연경도 마찬가지다.
최근 흥국생명 경기를 보면 김연경 오른 어깨에 부항 자국을 자주 볼 수 있다. 경기 중에도 불편한지 오른 어깨를 만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부항을 연구한 논문을 살펴보면 부항은 시술을 한 조직 주변으로 자극을 주어 작은 혈관들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또한 국소적인 자극과 손상을 일으켜 새로운 혈관을 만들며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치료 효과를 일으킨다고 한다.
쉽게 말해 혈류 및 림프순환을 촉진시켜 염증 및 통증을 완화하여 회복을 촉진시켜 주는 치료방법이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데 효과적인 부항 치료는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애용한다.
과거 김연경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 '부항 투혼'을 보여주며 만리장성을 넘어 20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베테랑이 된 지금은 이전에 비해 회복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부항 치료를 받는다. 노장들의 경우 피로회복 속도가 늦어 체력 소모도 그만큼 빠르다. V리그는 짧은 기간에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리그로 타리그에 비해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김연경 같은 노장들은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체력관리를 하며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김연경의 승부욕은 아무도 못 말린다. 휴식을 취해야 할 순간에도 승부처만 되면 넘치는 승부욕으로 코트를 압도한다. 지난 1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에서도 그녀가 왜 '배구여제'라 불리는지 확실히 보여줬다.
세트 스코어 1-1 상황, 3세트에서 흥국생명의 공격이 눈에 띄게 무뎌졌다. 반면 페퍼저축은행은 몸을 사리지 않는 끈질긴 수비와 니아 리드, 이한비의 공격으로 점수를 쌓아갔다. 세트를 내줄 위기의 순간 김연경은 허를 찌르는 시간차 공격으로 동료들의 승부욕을 깨웠다. 그리고 24-23 세트 포인트 상황에서 김해란이 니아 리드의 스파이크를 두 번 연속 디그를 만들어냈고, 김연경이 네트에서 떨어진 받기 어려운 공을 상대 코트로 꽂으며 25-23 짜릿하게 3세트를 가져갔다. 승부처 3세트를 승리한 김연경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포효했고 대등하던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놨다. 결국 흥국생명은 공격 성공률 62.07%, 19득점을 기록한 김연경을 앞세워 세트 스코어 3-1(25-14 19-25 25-23 25-13)로 승리했다.
김연경은 지난 2021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월드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여자 배구 선수다. 어느덧 34살 체력관리가 필요한 베테랑이 되었지만 왜 그녀가 아직까지 세계 최고라 불리는지 알 수 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부항 치료를 받으며 매 경기를 최선을 다하는 김연경.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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