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 안덕수 트레이너가 쏘아 올린 공의 파장이 크다.
안 트레이너는 지난 7일 SNS에 "2701호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2701호가 왜 생겼는지를 기자님들 연락 주시면 상상을 초월한 상식 밖의 일들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저 또한 프로 축구팀에서 20여 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사람이기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 바꾸시라. 그리고 제 식구 챙기기 하지 마시라"고 밝혔다.
상황이 복잡하게 꼬였다. 안 트레이너는 분명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를 저격했는데, 정확히 어떤 이유로, 어떤 문제점을 폭로하겠다는 건지 현재로서 알 방법이 없다. 축구협회의 문제인지, 의무 트레이너 사이의 문제인지, 아니면 한국 축구 전체의 문제인지 알 수 없다. 안 트레이너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추측과 루머들이 생성되고 있다. 안 트레이너가 말을 하지 않으니 모든 것들은 짐작에 불과하다. 팩트는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축구협회의 입장, 한쪽 의견만 소개할 수밖에 없다. 축구협회는 말을 아끼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 사태에 대한 내부 조사를 실시했다.
지금부터는 축구협회의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한 선수 측이 개인 트레이너를 대표팀에 합류시키고자 하는 요구가 있었다. 이 선수는 손흥민이다. 하지만 지난해 의무 트레이너 채용 공고를 냈지만 안 트레이너는 지원하지 않았다.
올해 월드컵 앞두고 손흥민 측은 다시 한번 안 트레이너의 대표팀 합류를 요청했다. 축구협회는 요청을 받고 검토를 했다. 하지만 안 트레이너 자격이 걸림돌이 됐다.
많이 보도된 것처럼 안 트레이너는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 과거 자격증을 땄지만 갱신을 하지 않았다. 갱신하지 않으면 무자격이 맞다. 무자격자였기 때문에 대표팀 일원으로 공식적인 채용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축구협회는 공식적으로 합류하기는 어려우니 안 트레이너가 개인적으로 와서 손흥민을 도와주는 것을 허용했다. 특히 손흥민이 안면 부상을 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허락한 것이다. 숙박비 등 체류비에 축구협회는 일절 관여를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축구협회가 내부 조사를 통해 파악한 내용이다. 절대 복잡한 내용이 아니다. 상황은 간결하다. 축구협회는 공식 의무 트레이너 5명을 카타르로 데려갔고, 안 트레이너는 손흥민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카타르에 간 것이다.
이들의 관계와 업무의 범위도 깔끔하게 정리된다. 축구협회 트레이너는 대표팀 선수들을 치료, 관리하면 되는 것이고, 안 트레이너는 '손흥민만' 치료, 관리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대로 진행됐다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이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손흥민이 아닌 대표팀의 다른 선수들이 안 트레이너에게 치료를 받았다. 그것도 많은 선수들이.
이 부분에서 '의문'이 생긴다. 왜 대표팀 선수들은 손흥민 개인 트레이너에게 치료받았을까.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이다. 축구협회 공식 트레이너의 실력이 없어, 더욱 실력이 좋은, 혹은 더 많은 노력을 하는 안 트레이너에게 치료를 받았을 거라는 추측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공식 트레이너의 경쟁력 수준의 문제, 더불어 선수들이 트레이너를 대하는 신뢰의 문제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해석은, 아니 축구협회의 추측은 달랐다.
축구협회는 "안 트레이너에게 치료를 받았던 모든 선수들에게 확인을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 못했다. 축구협회가 추측하는 것은 안 트레이너가 왔다는 것을 선수들이 알고 있었고, 안 트레이너가 축구계에서 유명한 분이라 따르는 선수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추가적으로 안 트레이너에게 치료를 받는 선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 공식 트레이너가 할 일이 없어 쉬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는 공식 트레이너에게 확인한 부분이다. 공식 트레이너에게 받은 선수들이 있었고, 안 트레이너에게 추가적으로 받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축구협회 입장에서 안 트레이너는 '무자격자'다. 자격이 없어 대표팀 합류를 용인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무자격자에게 치료를 받는 선수들을 방치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축구협회는 "작년 6월에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되면서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선수들 몸관리를 할 수 있게 개정이 됐다. 자격증이 없는 이를 고용하면 축구협회가 법과 규칙을 어기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규칙에 따라 하겠다는 거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축구협회에 정식 채용이 안 될 뿐이지 외부에 방을 하나 차려 선수들을 치료해도 된다는 말인가. 이건 법과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일인가. 개인 치료가 아니라 안 트레이너는 실질적으로 축구협회 공식 트레이너가 하는 업무를 한 것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식적으로 접근하자면 축구협회가 '교통정리'를 했어야 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공식 트레이너에게 치료를 받고, 손흥민은 개인 트레이너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공과 사는 구별했어야 했다. 선수들이 안 트레이너와 인연이 있다고 해서 용인될 일이 아니다.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경계선을 확실히 그었어야 했다. 이 교통정리를 하지 않아 이 사달이 난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와 관련해 축구협회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에 축구협회는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쉽게 생각을 한다. 왜 다른 선수들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아직 다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향후에도 여러 선수들을 대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개선점이 필요하다. 어떻게 개선을 해야 하는지 의무분과위원회가 발전적 방향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트레이너와 협업 분위기를 위해서 대화를 해보자는 이야기도 카타르에서 나왔다고 한다. 안 트레이너에게 전달이 안 됐는지, 묵인이 됐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의문은 아직도 남았다. 안 트레이너와 관련된 부분이다. 사람 말은 양쪽을 다 들어봐야 한다. 안 트레이너가 왜 그랬는지 밝혀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안 트레이너가 대표팀 공식 트레이너로 합류하고자 했는지, 공식 트레이너의 실력이 떨어져 공적인 영역에 관여를 하게 됐는지,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 파벌 싸움이었는지, 자격증은 왜 갱신하지 않았는지, 진짜 폭로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소상히 밝혀야만 한다.
축구협회는 안 트레이너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안 트레이너가 침묵하면 이대로 그냥 16강 성과를 덮은 한 개인의 SNS 화풀이로 끝나고 만다. 안 트레이너가 공언했던 것처럼 모든 것들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사태를 끝낼 수 있다. 그래야만 한국 축구도 변할 수 있다.
[사진 = 안덕수 트레이너 SNS]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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