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대표팀은 무조건 이기기 위해 가는 것이다"
추신수는 지난 21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의 한인 라디오 방송 'DKNET'에 출연해 2023년 WBC 한국 대표팀 선발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영상을 보면 추신수의 발언이 어떠한 의도였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의도를 떠나 추신수의 발언은 현재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과정에서 추신수는 일부 선수들을 두둔하기 위해 이강철 감독과 WBC 기술위원회를 저격했고,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상처를 남긴 까닭이다.
'DKNET'에 출연한 추신수는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만 봐도, 국제대회를 하면 새로운 얼굴이 많다. 하지만 한국은 김현수(LG 트윈스)가 나라를 대표해서 나갈 선수고 실력도 되지만, 나라면 미래를 봤을 것 같다"며 "당장의 성적보다도 앞으로를 봤다면 많은 선수들이 안 가는 것이 맞고, 새로운 선수들이 뽑혔어야 한다. 언제까지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인가. 일본에서도 그렇게 기사가 나오지 않나"고 말 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추신수는 "경험을 해보니 재능이 있는 선수가 많다. 그런 선수들은 왜 안되는가. 어린 나이에 국제대회에 가면 감정과 마인드가 어마무시하게 달라진다. 문동주(한화 이글스)가 제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그만큼 던지는 선수가 없다. 안우진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얼굴을 비추고 외국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도 한국야구가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강철 감독과 KBO, WBC 기술위원회의 대표팀 선수 선발을 비판했다.
KBO와 WBC 기술위원회는 이번 대회에 사활을 걸고 있다. KBO리그는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인기 있고,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국제대회의 부진한 성적과 각종 사건 사고들로 인해 야구의 인기는 과거에 비해 한풀 꺾인 상황. KBO와 구단들은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오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야구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시점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직후였다. 당시 야구 대표팀 선수들은 '전승' 우승을 차지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야구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는 KBO리그의 부흥과도 직결됐다. 수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고, 어린이들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표팀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야구 선수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번 WBC는 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가장 좋은 기회. 이를 모르지 않는 KBO와 WBC 기술위원회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바탕으로 최고의 전력을 꾸리기 위해 애를 썼다. 그 결과 2021시즌 내셔널리그 2루수 골드글러브 수상자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한국 대표팀 승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추신수는 말 한마디로 이들의 노력을 깎아내렸다.
물론 '미래'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KBO리그와 한국야구가 처해있는 상황에서는 '현재'도 빼놓을 수가 없다. 한국은 지난 2013년 WBC에서 대만과 네덜란드에게 무릎을 꿇으며, 다음 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그리고 2017년 WBC에서는 '홈' 고척돔에서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게 발목을 잡혔다. 게다가 가장 최근 열린 국제대회인 도쿄올림픽에서는 '노메달'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미래만 바라보기에는 현실적인 문제도 외면할 수 없다.
추신수의 말처럼 국제대회의 경험이 어린 선수가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라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최소한의 '조건'도 필요하다. 유망주들이 KBO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야구에서 가장 큰 대회인 WBC 대표팀은 물론 수많은 국제대회는 재능만 믿고 무작정 기회를 제공할 만큼 무게감이 가볍지 않다.
지난해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은 정철원은 "대표팀에는 무언가를 배우러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험을 쌓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이기기 위해 가는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제 갓 1군 무대를 밟은 저연차 선수도 안다. 물론 추신수도 이를 모르진 않았을 터. 하지만 몇몇 후배들의 WBC 대표팀 승선이 불발된 것 아쉬움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이들의 노력을 깎아내렸고, 태극마크를 달고 뛸 베테랑 선수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SSG 랜더스 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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