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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BBC뉴스 일본 트위터 계정이 BBC 도쿄특파원인 루퍼트 윙필드-헤이즈 기자가 10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회고하면서 쓴 기사의 일본어 번역본을 소개했다. /트위터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일본에서 10년간 특파원으로 일한 BBC 기자가 일본을 떠나며 “일본은 미래였지만, 과거에 갇혀있다”고 22일 평가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루퍼트 윙필드-헤이즈 BBC 기자는 10년간의 일본 도쿄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자신의 경험을 회고하며 쓴 기사에서 “현재 미국과 유럽이 오늘날 중국의 성장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한때는 일본의 경제를 두려워했지만, 세계가 예상한 일본은 오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헤이즈는 “일본은 여전히 세계 3위 경제 대국이자 낮은 범죄율에 정치적 갈등도 거의 없는 ‘평화로운 나라’”라면서도 비효율적인 관료주의와 심각한 고령화, 그리고 외국인에게 폐쇄적인 문화 등을 이유로 일본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효율적인 관료주의의 예시로 1924년 일본의 한 마을에서 고대 코끼리의 화석이 발견된 뒤 마을의 모든 맨홀 뚜껑이 코끼리가 그려진 모양으로 교체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일본의 관료주의는 때로는 무서울 정도”라며 “거액의 공금이 의심스러운 활동에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코끼리 모습이 담긴 맨홀 뚜껑을 마을이 모든 맨홀에 사용하라고 결정한 것”이라며 “이는 일본이 어떻게 세계 최대 공공 부채를 가진 국가가 됐는지 알 수 있는 단서”라고도 했다.
헤이즈는 일본의 60세 이상 인구 비율이 30%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지방 노년층 지배 세력이 오랜 기간 변하지 않은 것도 정체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메이지 유신과 2차대전 패전 후에도 살아남은 이 압도적인 남성 지배층은 민족주의와 ‘일본은 특별하다’는 확신으로 무장했으며, 일본이 전쟁에서 침략자가 아니라 희생자였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가 전범으로 체포됐음에도 불구하고 총리가 돼 자민당을 창당한 것을 꼬집었다.
헤이즈는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도 일본을 과거의 늪에 가둔 원인으로 분석했다. 일반 자바현의 한 마을에서 직접 겪은 일을 썼다.
이 마을은 60명이 사는 곳으로,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었다. 헤이즈에 따르면 한 노인은 “우리가 떠나면 누가 우리의 묘를 돌보냐”고 한탄하기까지 했다.
이에 헤이즈가 “내가 가족과 함께 오면 어떻겠느냐”고 말하자, 노인은 막상 당황해하며 “당신이 우리 삶의 방식을 배워야 할 텐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헤이즈는 “마을이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데도 (노인은) ‘외지인들의 마을 침공’을 더 나쁘게 본 것”이라고 했다.
다만 헤이즈는 앞서 제시한 여러 답답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일본의 음식과 아늑한 환경, 친절한 사람들에 익숙해지고 편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을 그리워할 것”이라며 “머리로는 일본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때문에 일본만의 특별한 장점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편으론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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