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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당 지도부가 4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 국민보고대회에서 윤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더불어민주당이 4일 주최한 대정부 장외집회에서 "내년까지 끌어내리겠다"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한 소속 의원들의 행보에 "개별 행동"이라며 선을 긋고, '탄핵·퇴진 발언 자제령'을 내렸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더팩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는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물론, 100여 명의 현역 의원과 원외지역위원장, 중앙당·지역위 당직자, 지지자들이 대거 운집했다.
당 차원에서 '동원령'을 내렸던 만큼 서울 세종대로는 숭례문 인근에서 시청까지 인파로 가득찼다. 민주당은 이날 행사에 경찰 추산 10만 명, 주최 측 추산 30만 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장외 투쟁'을 벌인 것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 이후 약 6년 만이다. 그만큼 이날 행사장에서도 윤석열 정부를 향해 거친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재명 대표는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무능하고 독재하고 있다고 맹비판하면서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 출범 9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과연 단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갔나"라며 "전진은커녕 그 짧은 시간에 상상 못할 퇴행과 퇴보가 이루어졌다"고 했다.
이어 "유신독재 정권이 몰락한 자리에 검사독재 정권이 다시 똬리를 틀고 있다"면서 "어떠한 핍박도 의연하게 맞서고 국민이 부여한 책임을 잊지 않겠다. 대열의 맨 앞을 굳건하게 지키고, 힘내라는 여러분에게 제가 힘이 되어 드리겠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만들어왔고, 이 나라를 책임져야 할 민주당과 함께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이재명을 짓밟아도, 민생을 짓밟지는말라, 이재명을 부숴도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말라"며 "국민도 나라도 정권도 불행해지는 길, 몰락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갔던 길을 선택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민생 위기와 검찰 수사 불공정성을 호소하는 집회라고 규정하며 집회 명칭을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로 내걸었지만, 현장에선 이재명 대표 수사의 부당성과 김건희 여사 특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요구에 대한 호소가 주를 이뤘다.
야권 인사 가운데 윤석열 정부 '규탄'을 넘어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은 "의원님들은 공식적인 입장이어서 말씀 못 드리지만, 내년에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윤석열 정부와 맞짱 떠서 반드시 끌어내리겠다"며 "박근혜 정권도 무너뜨렸고 이제 내년에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무너뜨릴 것을 100만 당원과 함께 굳건히 맹세한다"고 외쳤다.
서영교 최교위원은 "윤석열, 국민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대통령 못하겠다면 그만두는 게 맞다. 이재명 지키고 민주당의 윤석열을 확실하게 제압하자"면서 "못 살겠다 윤석열 정권 바꿔보자" 구호를 외쳤다.
당이 직접 섭외한 권리당원 권현문 씨도 무대에 올라 '윤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권 씨는 "국민 여러분. 더 참으시겠나. 왜 윤석열 탄핵하자는 말을 못 하나. 윤석열 취임이 1년 되어 간다. 왜 윤석열 내려오라는 말을 민주당은 못하나. 김건희 구속하라는 말을 왜 민주당은 못하나"라면서 "이번에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지키지 못하면 민주당 그냥 망한다"고 외쳤다.
사회를 본 이재정 의원은 "감사드린다.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날 불참한 현역 의원들에 대한 공개적인 질타도 있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오늘 역풍을 걱정해서 이 집회에 나오지 않은 민주당 인사들을 보고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얼마나 예뻐하겠나"면서 "윤 정권은 야당 대표를 표적수사하고 있다. 자신의 측근과 가족들은 불공정한 수사도 하지 않고 있는 불공정한 짓을 하고 있다. 이게 진실입니까 맞나. 이게 진실이라면 역풍 따윈 없다"고 강조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윤석열을 구속하라" 구호가 연이어 나왔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김건희를 특검하라"는 손팻말도 보였다. 지지자들 중에는 규탄대회 행사가 끝난 후 곧바로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석하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여권은 민주당의 장외 투쟁을 '이재명 수호 집회'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대한민국을 둘로 갈라놓았던 '조국 수호'에 대해서는 '정권교체'라는 국민들의 심판이 있었다. 그리고 법원은 어제(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오늘 길거리로 뛰쳐나가 무모하게 '이재명 수호'를 외치고 있다"면서 "살아 있는 정당이 벌이는 투쟁은 오직 국민을 위한 것이다. 국민이 아니라 이재명 방탄을 위해 투쟁하는 민주당은 이미 죽은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번 규탄대회에서의 지지세를 동력으로 삼아 2월 임시국회에서 이 장관 탄핵과 '김건희 특검'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6일 이 장관 탄핵소추안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당내에선 이 대표 검찰 출석을 계기로 당이 강경 노선을 밟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성 지지층의 세몰이를 통해서 또 주류의 제대로 된 토론 없이 하방식으로 주어지는 이런 방침에 따라가다 보면 결국은 방탄 이미지가 더욱더 강해지고 국민이나 일반 중도층으로부터 유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행사 인력 동원에 대한 불만도 일각에서 나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본인 개인사에 왜 당원을 동원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숭례문과 서울 시청 인근에는 보수단체들도 소규모로 맞불 집회를 열었다. 내년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여야가 지지층 결집에만 호소하면서 강 대 강 대치 국면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은 당연히 강 대 강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정치권을 심판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사법 정의 실현이나 공정과 상식을 구현하지 못하고 역행했다고 판단하면 유권자들이 심판하지 않겠나. 민주당으로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새롭게 (인물이나 세력을) 소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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